"한미FTA는 인기 떨어지는 정책" 말 바꾼 MB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05.23 17:19
-노 전 대통령, 지지율 10%에서 32%로 올린 한미FTA
-MB 지난해 상반기 "한미FTA 실행은 한나라당 몫"
-한미FTA, 쇠고기 협상 연계로 천덕꾸러기 만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말 지지율이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임기가 1년4개월이나 남았지만 나머지 기간은 권력 누수(레임덕) 현상으로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반년도 채 안 된 지난해 4월, 지지율이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질 것처럼 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 기사회생했다. 지지율이 32%까지 올랐다. 지지율 30%대는 2006년 7월 이후 9개월만이었다.

노 대통령을 살린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었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을 선언하며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농민층을 비롯한 진보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것도 이 때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우위를 점하고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한미FTA 협상을 반겼다. 당시 취임 한 달을 맞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가운데 교조적, 이념적으로 FTA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정부가 충분히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또 "FTA에 대한 지지율도 65% 정도 되는 것 같고 비준 지지율은 거의 80%"라고 자신했다.

당시 차기 대통령 0순위였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인천에서 열린 행사 축사를 통해 "한미FTA 실행은 차기 정권의 몫"이라며 FTA 과실 따먹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번 정권은 한미FTA에 서명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 하고 우리 한나라당으로 바뀔 게 확실한 다음 정권이 이를 맡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남짓 흐른 5월23일, 취임 3달째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를 "인기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과 오찬간담회에서 한미FTA를 두고 "인기 없는 정책은 안 하면 되지만 안 하면 먼 훗날 살아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머리띠 두르고 허리띠 조르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의 요청으로 전례 없이 총선 이후에 소집된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정부가 당초 목적했던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신속히 하려고 밀어붙였던 한미 쇠고기 협상 때문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CBS방송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원래 별개의 문제”라며 "둘을 엮은 것은 이명박 정부고 지금은 떼고 싶어도 뗄 수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미FTA는 1년여 전 노 전 대통령을 살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엮는 바람에 한미FTA는 "반대 여론이 50%가 넘는" "인기 떨어지는" 천덕꾸러기 정책이 돼버렸다.

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여야를 떠나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며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용단'을 내리지 않는 국회를 탓했다. 하지만 한미FTA를 "인기 떨어지는 정책"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군지는 지난해 한미FTA의 과실을 따먹으려 했던 이 대통령이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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