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우리 회사 이익난다 말 마세요"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8.05.14 12:31

[사람&경영]갑을 정신을 버리자

모 주간지에 매주 위기를 극복한 CEO란 주제로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다. 매주 그런 분을 찾아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글로 옮기는 것은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 액기스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듣는 것은 대단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말하는 분은 인터뷰 과정에서 과거를 복습하고 자신을 정리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 자신은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성공한 사람을 만나서 그 분의 기를 얻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무엇보다 그 분과 나 사이에 둘 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급속히 가까워짐을 느낀다. 부산물로 얻는 것 중 하나가 세상 돌아가는 메카니즘이다.
 
중소기업인으로 명예의 전당까지 오른 사장님은 이런 부탁을 한다. 다른 얘기는 좋은데 제발 이익이 많이 난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얼마 전 모 기자가 중소기업 몇 개를 비교하면서 우리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특히 좋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자 제가 납품하는 갑 회사에서 바로 단가 인하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원재료비, 유류비 다 오르지만 그 회사는 몇 년째 계속해서 가격을 후려치고 있습니다."

그 회사는 공장자동화, ERP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가절감 노력을 했다. 제품이 좋아 해외 수출을 많이 하는데 수출은 국내에 비해 거의 두 배의 가격을 받고 있단다. 하지만 국내 갑 회사는 그런 노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가격을 깎는다는 것이다.
 
작년에 모 회사 연구소에 강의를 간 적이 있다. 분위기가 완전 귀곡산장이다. 우울모드에 삶의 의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웃지도 않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눈빛에는 분노와 체념이 가득했고 열정은 약에 쓰려해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질문을 해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유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언론에서 그 회사 직원들이 지난 몇 년간 여러 가지 병과 산업재해로 많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궁금했다.

그러다 얼마 전 그 회사에 설비를 납품하는 회사 직원과 식사를 하게 됐다. 甲(갑) 회사가 유럽에 공장을 짓기 때문에 유럽에서 몇 년을 살다 얼마 전 귀국한 분이다. 지나가는 말로 그 회사는 어떤 회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얼굴에 분노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한 마디로 회사가 아닙니다. 동물농장입니다. 완전 직원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이렇게 답한다.

"보통 회사는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사업을 하게 되면 주재원으로 발령을 냅니다. 그래야 가족을 데려올 수 있고 거기에 걸 맞는 대접(사택, 자동차, 애 교육…)을 받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 회사는 비용이 아까워 장기출장으로 대신합니다. 그러니 집도 얻을 수 없고 가족도 데려올 수 없습니다. 젊은 직원은 자비로 가족을 데려와 살기까지 합니다."

출장 나온 직원들이 힘들겠다고 공감을 표시하자 그 분은 이렇게 답변한다. "아니지요. 그들은 우리 같은 乙(을)에게 모든 화살을 돌립니다. 돈이 부족하니 여러 형태로 乙(을)인 우리에게 돈도 요구하고 무리한 부탁을 합니다. 회식을 한다, 체육대회를 한다면서 공공연히 돈을 요구합니다. 또 자기 부인공항 픽업 하는 것, 심지어 애 놀이방에 데려다 주는 것까지 저희 직원에게 부탁을 합니다. 저희 같은 乙(을)은 해외에선 완전 몸종입니다. 그런 회사가 아직까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그렇게 대하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고 죽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건강한 사회는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힘이 세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승승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반대로 힘이 있다고 무소불위로 그 힘을 사용하면 언젠가 부작용이 일어난다. 을의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가격을 후려치면 을도 먹고 살 방법을 찾게 된다.

값싼 자재를 사용하던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공정을 소홀히 한다. 또 다른 곳에 가서 갑에 대한 비난을 하게 되고 그런 것이 돌고 돌아 그 회사에 대한 평판을 해치고 장기적으로 손해를 끼친다.

"모 회사의 사업성과는 부품업체를 협박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존중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부품업체의 가격이 좀 낮다고 해서 업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도요다 생산방식의 아버지 오노 다이이치의 말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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