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가난했다. 힘들게 학교에 다녔고 항상 일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현장에서 뛰고 부딪쳤다.
박근혜는 가난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무난히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유학도 떠났다. 어머니를 잃은 뒤 퍼스트 레이디로 현장에 나섰지만 노동판은 아니었다.
#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단편적이다. 두 사람의 자서전을 차례로 읽어보면 '다름'의 느낌이 더 깊게 다가온다.
MB의 자서전은 '구체적'이다. 가난도, 노동도 사실에 가깝다. 그리고 현장, 현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이런 구체의 나열로 하나의 책이 구성된다.
박근혜의 책은 '추상적'이다. 사실이 담겨 있지만 표현은 사실에서 한발 더 나간다. 현장, 현실과 부딪치면서도 끊임없이 절제한다. 이런 절제가 모여 인생을 설명한다.
# 삶의 스타일, 정치 스타일도 그대로다. MB는 구체적인 것을 즐긴다. 빙빙 돌리지 않고 핵심을 찔러야 만족한다.
현장도 즐겨 찾는다. 주변과 어울릴 때도 시끌벅적하다. 특유의 부딪침이다. 그가 강조하는 실용과도 맞닿는다.
박근혜는 반대다. 단전호흡, 명상 등 취미도 '추상적'이다. 말도 아낀다. 그래서 간혹 던지는 한마디가 더 무섭고 아프다.
주변과 어울릴 때도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특유의 절제다. 그가 강조하는 원칙과도 맞물린다.
# 두 사람은 늘 부딪쳤다. 2007년 내내 그랬다. 그때마다 MB는 실용을, 박근혜는 원칙을 강조했다. 속으론 상대를 향해 '장사꾼', '공주'란 마음도 품었을 법하다.
때론 감정적 대립도 적잖았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그릇을 깨뜨린 것은 아니다. 때론 실용적 접근이, 때론 절제의 미덕이 파국을 막았다. 누가 낫다는 평가보다 두 사람이 '공존'하는 것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냈다.
# 올초 MB와 박근혜는 또 맞섰다. 공천 문제를 놓고 마주한 둘은 팽팽했다. 박근혜는 "공정 공천"을 강조했다. "나를 도운 ○○○, ○○○ 등을 챙겨 달라"는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MB는 공정 공천과 관련 "알았다"고 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한쪽은 '합의'로 받아들였고 다른 쪽은 이해로 해석했다.
둘 사이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지점이었다. 이후 공천 칼바람이 현실화됐다. 절제 속 인내하며 지켜봤던 박근혜는 "속았다"고 분개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시작됐다.
# 총선은 후폭풍의 결정체였다. 박근혜는 최소한만 움직였다. 대구에 머물며 바깥 출입을 삼갔다. MB를 향한 '무언의 저항'이었다.
어정쩡한 박근혜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선거의 여인' 박근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한나라당과 MB의 위력을 감안할 때 대다수가 이에 수긍했다.
#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박근혜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 한마디로 당 안팎에 60명 가까운 의원을 만들었다. 과반 의석 확보로 MB도 승리했지만 그 승리가 찜찜한 이유가 여기 있다.
개인의 능력차는 아니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두 사람을 향한 민심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박근혜를 향해선 MB를 도우라 했고 MB를 향해선 박근혜를 품으라고 했다.
지금까지 판단은 후자가 부족하다는 것. 공교롭게도 박근혜가 없을 때 MB의 독주란 비판이 나왔다. 둘은 다르지만 같이 있어야 파국을 피한다. 그러기 위해선 MB가 절제와 인내를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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