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예치과에 가봤더니...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3.29 10:05
치과는 너무 무섭다. 웬만하면 안가고 싶다.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치를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 큰맘먹고 병원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예치과'다.

도착하니 로비 앞에 서있는 직원이 발레파킹 서비스를 해준다며 키를 받는다. 바로 13층으로 올라가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달랑 엘리베이터 두개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치과는 다른 층인 것 같은데 왜 13층으로 가라고 하는건지 궁금해하며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있던 차에 1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13층 로비모습. 저녁 7시 이후부터는 환자들을 위한 회원제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눈 앞에 웬 레스토랑이 들어왔다. '이거 뭐야 도대체' 의아하게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앉자 메뉴판을 들고 직원이 찾아왔다. '이런 정말 층을 잘못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상담코디네이터'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진료 전 상담을 하기 위한 색다른 개념의 로비라는 설명이었다. 쾌적하고 편안한 상담을 위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공간이라는 것.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코디네이터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픈 곳부터 하는 일, 소소한 관심사까지 한 30분은 이야기한 것 같다. 내려다보이는 한강경치와 시원한 음료, 소소한 수다에 치과를 찾기 전 가득했던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8층 교정진료부 대기실 모습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코디네이터는 진료실로 안내했다. 이 코디는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설때까지 이렇게 따라다닐 거란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가서 해야하는지 일일히 물어보는 불편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가 이미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도착해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눈 코디네이터에게 전해듣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특히 자신밖에는 알 수 없는 지긋지긋한 치통에 대해 공감하면서 상담을 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진료실을 아무리 둘러봐도 치과에서 보던 진료기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의사와 환자가 앉는 의자 뿐이다. 진료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진료는 어떻게 하려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서랍장에서 숨겨져있던 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사 왈, 진료도구만 보고도 겁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다 안보이게 해둔 것이란다.

↑진료실 내부모습
진료 전에 이렇게 이야기한 시간만 꽤 되는 것 같다. 이쯤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써 다른 환자들이 밖에 줄줄이 기다리는 것 아닌가하는 염려말이다. "원장님 시간을 너무 빼앗은 것 아닌가요?"라고 죄송스럽다는 투로 말씀을 들이니 대답이 기가 막히다.

"보통 한 환자 당 진료에만 2~3시간 걸립니다. 아직 멀었으니 마음 놓으세요. 하루에 많아야 10명 안되는 환자만 봅니다."

저렇게 해서 수지가 맞을까 싶다.


드디어 치료가 시작됐다. 치과에 도착하고 1시간은 족히 지난 후였다. 처음 들어설때만해도 가득차있던 겁이 이런저런 얘기하는 동안 어느새 사라졌는지, 긴장이 풀린건지 치료받기가 훨씬 수월했다.

치료를 마치니 얼굴 전체가 얼얼했다. 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았나보다. 내 얼굴이 불편해보였는지 진료실로 한 직원이 들어왔다. 마취가 빨리, 좀 더 편하게 풀릴 수 있도록 마사지를 해준다는 것이다. '덴탈스파'라고 불렀다. 하고나니 훨씬 얼굴이 유연해졌다. 원하면 피부에 좋은 마사지 팩도 해준다기에 골고루 받았다. 공짜라지않나.

↑10층 임플란트 수술실 앞 모습. 긴장을 많이한 환자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위한 인테리어다. 나비장식 양쪽에 수술실 문이 있다.
진료는 얼추 끝난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정말 두시간 정도 걸렸다. 기다리는 시간 하나없이 이렇게 오래 치과에 머물 수 있다니. 환자가 너무 없는거 아닌가 싶다.

진료비를 어디다 내야하나 싶어 접수창구를 찾았는데 그럴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따라다니던 코디네이터에게 이야기하니 '컨시어즈(Concierge)'라는 다른 직원이 진료비 내역을 들고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컨시어즈, 호텔에서 고객 접대하는 직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알고 있었는데 병원에도 있나보다.

진료비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후처럼 내가 있는 곳에 와 직접 내역을 설명해주고 카드를 받아갔다. 움직일 일이 없어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근데 진료비가 비싸긴 비싸다. 전에 가던 곳보다 1.5배 정도 더 낸 것 같다. 그래도 10분이 아니라 2시간이나 진료를 받았으니 불만은 없다.

가려고 나서는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들어와 상담했던 13층 로비가 저녁 7시 이후에는 회원제 와인바로 변신한다는 것. 치과 멤버십에 가입하면 그곳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회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음식이나 와인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한강조망을 즐기며 와인 한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가입했다. 음식값은 주변 식당과 비슷하다고 한다. 듣자니 멤버십에 가입돼 있는 환자회원과 함께 와인바를 찾은 사람들이 회원이 되고싶어 치과를 옮기는 일도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꼭 한번 와봐야겠다.

처음 상담한 코디네이터는 정말 갈때까지 함께 있어줬다. 문을 나설때까지 말이다. 어느새 익숙해졌다. 다음번에도 이분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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