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으름장에 정통부 '코웃음'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8.02.21 15:12

공정위 "직접 SKT 제재한다"...정통부 "법도없이 무슨 근거로?"

"정당한 이유없이 로밍을 거부할 수 없다."(공정거래위원회)
"무조건 로밍해 달라는 것은 남의 집 열쇠를 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정보통신부)

800MHz '황금 주파수' 로밍에 대한 정통부와 공정위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정통부가 지난 20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한 '인가 조건'에서 '800MHz 로밍 의무화'를 빼버리자, 이 조건을 내걸었던 공정위가 즉각 "이유없이 로밍을 거부하면 SK텔레콤을 직접 제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통부와 통신업체들은 공정위의 이 같은 주장이 '다소 억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주파수' 업무는 공정위의 소관업무인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정당한 이유없이 로밍을 거부할 수 없다'는 공정위의 조건 자체가 '규제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로밍을 거부한다면 공정위는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인데, 무엇을 근거로 제재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로밍의 대가와 로밍의 범위도 정하지 않고 로밍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무조건 로밍?.."협의가 우선이다"

로밍 의무화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의7항에 의해, 정통부장관이 통신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통부는 올 상반기중에 로밍의무 사업자를 지정하고, 로밍 대상지역을 어디로 할지를 결정해서 허용하는 등 로밍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보통신부령으로 제정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통부가 인가 조건에서 800MHz 주파수 로밍 의무화를 제외시킨 것은 설령 인가 조건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로밍 대가와 범위도 정해놓지 않고 무조건 로밍하라고 하면 그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이 사용중인 800MHz 주파수 로밍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LG텔레콤도 800MHz 주파수 전체 기지국 로밍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LG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로밍지역은 통신보안과 자연보호 등으로 통신망 설치가 힘든 군부대, 국립공원, 산간 도서지역의 통신망 설치에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들도 "민간기업이 정부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빌린 주파수인데, 아무런 대가도 근거도 없이 빌려주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없다"면서 "우선 어느 지역을 로밍할 것인지, 대가는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부터 해당 사업자끼리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 근거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거부하면 안된다'라고 하는 것은 마치 남의 집 열쇠를 '거부하지 말고 무조건 내놔라'고 우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일정기간 주파수를 빌리는 조건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업체에게 '무조건 내놔라'고 하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된다는 시각이다.

정통부는 "해외 사례를 보면, 갓 시장에 진입한 신규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지배적사업자에게 한시적으로 로밍을 의무화시킨 경우는 있어도 사업한지 10년이 지난 업체에게 로밍혜택을 부여한 사례는 없다"면서 "로밍을 의무화시킨 경우에도 반드시 로밍을 요청한 사업자에게 망구축 조건을 부여한다"고 했다.

◇LGT 가입자 모두 '듀얼밴드폰 구입?'

LG텔레콤이 800MHz 주파수를 로밍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1.8GHz 대역에서 이동전화서비스를 하고 있는 LG텔레콤이 800MHz를 로밍하려면 두가지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는 휴대폰을 제공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듀얼 밴드 휴대폰'이 있어야 800MHz 로밍지역에서 통화할 수 있다. 그것도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만 되고, 무선인터넷 접속은 안된다.

게다가 LG텔레콤의 760만명 가입자는 극히 일부지역의 로밍을 위해 싱글 밴드 휴대폰보다 비싼 듀얼 밴드 휴대폰 구입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LG텔레콤은 "듀얼 밴드 휴대폰이 싱글 밴드 휴대폰보다 약간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구입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정통부는 "전파법 제48조1항에 의해, 로밍은 정통부장관이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로밍의 조건과 대가산정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 규정이 있기 때문에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로밍을 거부하면 직접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공정위와 달리, 로밍의무화를 짊어질 위기에 처한 SK텔레콤이나 로밍의무화를 강력히 요청하던 LG텔레콤도 정통부의 이같은 유권해석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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