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속 '진주'찾기,조각작업 어떻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2.14 15:44

5000명 중 14명 옥석고르기...李당선인, 직접 대면검증도

"5000명에서 90명, 다시 14명"

이명박 정부의 초대 각료 인선 작업은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는 '옥석고르기' 과정이었다. 수천명의 방대한 인재풀에서 십 수명을 추려내는 작업이 조각이 완료된 14일까지 무려 50일 넘게 진행됐다.

하루 이틀새 조각 인선안을 '썼다, 지우기'가 수차례나 반복됐다. 첫 조각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결과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까다로운 '인사 스타일'도 한 몫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고르라는 청와대 수석 인선 기준은 이번 조각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이 당선인측이 각료 임명 절차에 돌입한 것은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해 12월20일 즈음이다. 인수위 구성팀이 꾸려지면서 조각팀도 함께 가동됐다. 최측근인 정두언 당선인 보좌역과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큰 그림을 그리는 인선 로드맵 구상을 맡았다. 검증 작업을 총괄하며 실무 작업을 도맡은 것은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었다.

조각팀은 이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통의동과 서울 롯데호텔 컨퍼런스룸을 오가며 내각 구성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조각팀이 마련한 인사풀 리스트에 오른 이만도 5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었다.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 달 초부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본격 검증이 시작됐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인사 파일과 청와대 인사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약식검증'이었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13부+특임장관 2명)을 발표한 지난 달 16일께 이 중 90명이 정밀검증 대상으로 추려졌다. 지난 달 22일에는 3~4배수로 압축된 15명의 장관 후보자와 국정원장,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들에게 개인정보열람동의서가 발송됐다.


이 때부터 조각팀은 밤을 세워가며 철통보안 속에서 밤낮을 잊고 검증 작업에 매진했다. 검증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하루에 꼬박 11시간씩 검증 작업을 했다.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기도 했고 밤을 세운 일도 부지기수였다(검증팀 한 관계자)"고 말했다.

정밀검증은 후보자의 금융, 납세 및 병역 기록, 부동산 등 재산을 훑어보는 도덕성 검증과 함께 일할 능력을 보는 '투트랙'으로 이뤄졌다. 가족과 친인척도 검증 대상이었다. 재산 문제가 찜찜한 후보자가 스스로 고사하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이 당선인은 수차례에 걸쳐 직접 장관 후보자들을 면담한 후 조각팀에 인선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퍼즐맞추기'식으로 진행된 막판 조각 과정에서는 뜻하지 않은 외부 변수로 인선 그림이 다시 그려지는 일도 일어났다. 청와대 수석 인선을 둘러싼 '편중인사' 시비 탓에 지역, 학교 안배가 주요 인선 기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영남 출신, 고려대 출신 등이 '역차별'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개편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조각 작업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 당선인측은 이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해 복수의 인선안을 마련한 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결국 정부개편 원안대로 13부 장관과 2명의 특임장관 등 15명의 각료 명단을 확정, 이르면 15일께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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