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MF, 태안기름 그리고 숭례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2.12 19:06
딱 10년 만이다. 모처럼 '금 모으기 운동'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외환위기 직후 외신들이 신기한 듯 취재경쟁을 벌였던 '금 모으기'의 기억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끄집어냈다. '숭례문 복원 모금운동' 발언을 통해서다.

12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 자리였다. 이 당선인은 숭례문 복원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할수도 있지만,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복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 후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명분은 좋았다. 이 당선인은 "국민성금을 모아 복원하는 게 국민들에게 위안도 되고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국민통합의 촉매 역할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국민이 봉이냐?", "아쉬울 때만 국민 찾느냐?"는 반응이 주류였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과 인수위 홈페이지에 걸린 댓글들이 그랬다. 이 당선인의 제안에 대한 공감도 있었지만, '어이없음'과 '분노'가 더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순서가 잘못됐다. 진심어린 사과가 앞섰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재*씨는 인수위 홈페이지 댓글에서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개방을 밀어붙였으면 그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했다"며 "이 당선인은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직접적인 책임은 중구청, 문화재청, 소방방재청의 몫이다. 다만 이 당선인도 국민성금 제안에 앞서 간접적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게 네티즌들의 생각이다.

이희*씨는 인수위 홈페이지를 통해 "이 당선인이 굳이 제안하지 않아도 국민은 모금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아무 대책없이 개방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인 듯 싶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외환위기 때나, 태안 기름유출 때나, 지금이나"라고 했다. '금 모으기' 때나 '태안 100만명 자원봉사' 때나 국민들의 뜨거운 참여에 앞선 책임자의 진심어린 사과는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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