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숭례문 불탔다고 나라가 망하나

머니투데이 박형기 국제부장 | 2008.02.12 12:44
숭례문이 화마로 무너졌다. 국보 1호, 한국인의 마음속 보물이 사라졌다며 온 나라가 난리다. 숭례문이 한국인의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인지 화재와 관련, 수많은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탓, 이명박 당선인 탓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어느 신문은 2월 11일은 한국의 문화국치일이라고 논평했다. 12일에는 이 당선인이 국민의 성금을 통해 복원기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하자 한 네티즌은 다스나 BBK 자금으로 복원하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단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 시장 시절 남대문을 개방했으니, 이 당선인 책임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이 지경이 된 것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를 시민의 품에 돌려주려했던 그 뜻까지 폄훼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이 지난 5년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가면서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노대통령이 봉하 마을에 쓰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난했다. 이것은 숭례문 화재가 MB탓이라는 주장보다 더욱 터무니 없는 억지다. 숭례문 화재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남는다.

물론 숭례문을 개방했다면 당연히 경비를 세웠어야 했고, 화재 시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했더라면 거의 전소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종 문화재의 관리와 방재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숭례문이 국보1호였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고, 이 때문에 온 국민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이 방화로 밝혀진 만큼 복원을 논의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원래 목조건물은 화재에 취약하다. 중국 자금성에 가 보면 눈썰미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나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황제의 침실이 위치한 후원에만 나무가 조금 있을 뿐 그 넓은 궁궐이 나무 금지 구역이다. 화재가 났을 때, 나무가 기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궁궐 곳곳에 대형 청동 항아리를 놓아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을 담아 불이 났을 때, 끄기 위해서다. 중세식 소화기인 셈이다. 중국 황실도 가장 큰 골칫거리가 궁궐의 화재였고, 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목조건물인 자금성도 명나라 때 건설된 이후 숙명처럼 화마에 시달렸다. 1420년 명나라 영낙제 때 완공된 자금성은 이듬해 정전인 태화전을 비롯한 3개 전각이 불타는 등 청말까지 무려 40~50여 차례의 대형화재를 겪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복원해 지금도 건설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자금성을 여러 차례 복원했지만 자금성의 나이는 줄지 않았다. 지금도 인류는 자금성의 생년을 1420년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사찰도 각종 전란으로 대웅전 등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복원했고, 절의 창건연대가 중수 이후로 바뀌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숭례문을 복원한다고 해서 숭례문의 600년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숭례문은 이번 방화사건마저 역사로 품을 것이다. 다행히 숭례문의 자세한 설계도면이 있다고 하니 원상대로 복원하면 된다. 대신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4. 4 "아시아나 마일리지 자동소멸? 전용몰은 다 품절"…쓸 곳이 없다
  5. 5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