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신약연구는 기업화 여부에 맞춰야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실장 | 2008.01.10 12:49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후속조치로 정부는 '한미FTA 대응을 위한 범부처 신약개발 R&D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 지원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으로 진행될 정부의 신약개발지원계획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10년간 약 1조원을 신약개발지원 등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키로 확정했다.

과학기술부는 2008년부터 5년간 산학연 후보물질도출사업단 구성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보물질 도출에 투자를 강화키로 했다. 세계 챔피언급의 바이오 스타제품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1300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그 어느때 보다 정부의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원 규모에있어서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다. 자금여력에서 상대적으로 선진다국적제약기업들보다 열세한 상황에 있는 국내 신약개발 업계는 당분간 투자자금측면에서 일부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부처별 신약개발지원 역할분담에 있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는 것 같다. 신약개발과정은 크게 작용점 탐색에서 선도물질(lead compounds)도출까지의 이른바 디스커버리(discovery) 영역으로 구성된 전반부와 후보물질(candidates)도출부터 임상시험까지의 주로 기업화 개발연구로 구성된 후반부로 나뉜다.

이미 지난 2006년에 확정된 부처별 역할분담에 따라 신약연구개발 전반부에 대한 지원은 과학기술부가 맡게되고 후반부는 주로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가 지원역할을 맡게됐다.

문제는 전반부에 대한 지원부분이다. 당시 부처별 역할분담이 확정되기 전에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을 대상으로 역할분담(안)에 대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신약개발 전문가들은 전반부인 디스커버리의 영역이 지나치게 확대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역할분담(안)에 반영되지 않고 기업의 수요만 적극 고려해 전반부를 진행시키겠다는 철학만 선언적으로 반영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과학기술부가 주로 담당하게 될 전반부가 작용점 탐색단계부터 선도물질 도출까지의 디스커버리영역이 아닌 이미 기업화 연구가 착수되는 후보물질도출단계로 발전(development) 초기 영역까지 확대돼 있다는 점이다.


또, 일부 공공연구기관 중심으로하는 약효군별 후보물질도출사업단을 2008년부터 5년간 운영함으로써 기업이 필요한 후보물질을 공급한다는 전략하에 공공연구기관주도의 후보물질도출사업을 추진하고 이과정에서 기업은 사업단이 연구수행에 필요한 수요를 제시하고 필요시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신약개발초기단계에서는 기업이 핵심주체로서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기업이 상당부분 관여하지 않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반부 연구성과에 대해 이를 기업이 넘겨받아 후반부를 열심히 주도한다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아울러 약효군별로 구성될 후보물질도출사업단은 사업단 별로 연간 30억원이라는 비교적 소규모 정부지원금을 받아 약 2개 내지 5개정도의 참여기관과 기업으로 구성되어 운영될 계획임을 고려해 볼때 사업단에 참여할 수 없었던 대다수 신약개발기업에는 그 성과에 대한 이용접근이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성과확산에서의 전후방파급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후보물질은 선도물질의 약효를 극대화 시키고 약품으로서 개발하는데 충분한 물성 및 체내동태, 초기 독성 프로필이 우수한 물질로서 곧바로 허가용 전임상 시험에 돌입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한다. 결국 선도물질단계부터 후보물질도출단계까지는 사실상 기업이 수행하는 개발연구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과학기술부가 신약개발 전반부를 책임지고 후보물질도출사업단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전임상시험, 임상시험에 국한됨에 따라 전임상, 임상시험에 사용될 후보물질은 이제부터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기업의 신약후보물질 고갈과 결과적으로 후보물질 대란도 발생될 수 있을 것이며 이에따라 산업혁신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87년부터 본격착수된 우리나라 신약개발사업의 거의 대다수 성과는 기업연구소에서 도출됐고, 기업이 외부로부터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은 거의 없었음을 고려해 볼 때 이와같은 우려는 어느정도 신빙성이 간다. 물론 모든 것을 기업이 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며 그 과정에서 대학, 공공연구기관의 역량과 성과가 접목됨으로써 성과 도출에 많은 기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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