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됩니까" 태안봉사 이용 사기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7.12.20 15:14
태안 원유 유출사고 피해주민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네티즌이 자원봉사자들의 회비를 모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네이버 카페 '이웃사랑 봉사단'의 회원 박상정씨 등 5명은 20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이 카페 운영자인 권 모씨를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아침 6시 태안으로 출발하기 위해 집결지인 서울 덕수궁 앞에 모였고 대절버스 6대도 왔지만 권 씨가 나타나지 않아 3시간여를 기다리다 모두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박 씨는 "권 씨가 잠적하기 시작한 지난 19일 저녁 일부가 모금 통장에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으며, 현재 통장에 남아 있는 금액은 5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권 모씨는 '이웃사랑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 모집 카페를 개설하고 지난 12일부터 '자원봉사 갈 사람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는 충남 태안 등 서해안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식비·여비 등 1인당 1만5000원의 돈을 모아 이를 자신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 관리해왔다.

이에 카페 회원들은 "돈의 사용처가 투명해야 한다"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17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19일 아침, 권 씨는 집합 장소인 덕수궁 앞에서 "대통령 선거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태안 봉사자들에게 약속한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버스 7대에 올라탄 이들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박 씨를 비롯한 몇 명은 부랴부랴 사비를 들여 김밥과 빵을 사왔고, 그나마도 모자라 태안 현지에서 밥차를 운영하는 곳에서 점심을 떼웠다.


박 씨 등 일부 봉사자들은 이날 저녁 권 씨와 만나 총 모금액과 그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권 씨는 나오지 않았다.

20일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이 카페에는 "나도 피해를 입었다", "회장이 돈을 들고 도주했다"는 비판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스스로를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서까지 봉사에 참가하려 했는데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서 봉사자들에게 사기를 치냐"며 "정말 황당하다"는 글을 게시판에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태안 봉사활동 가보라고 주위 사람들을 독려했었는데 이런 일 한번 터져서 많은 이들이 (봉사활동 나서려는) 마음을 접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씨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지만 이로 인해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며 "조속히 이번 사건이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아침 6시경 서울 덕수궁 앞에 모였던 '태안살리기'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이날 9시까지 마냥 기다리다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카페 '태안사랑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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