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주느니 회사 죽이는 게 낫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2007.12.04 09:50

[이미지리더십]CEO는 돈·여자·권한남용을 경계해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누구를 털어서 나온 먼지는 이렇다더라.' 대선을 며칠 앞둔 정치판은 여전히 먼지 타령이다. 지도자를 뽑을 때 마다 '먼지'가 선택의 척도로 등장해 최선보다 차악을 택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먼지는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이다. 그런데 그 가늘고 고운 티끌이, 그것도 털어서 나오는 정도가 어찌 그리 무겁고 힘이 센지 참으로 놀랍다. 어쨌든 후보일 때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거쳐야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대통령으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의'먼지 털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굳이 대선후보가 아니라도 리더라면 누구나 '먼지'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리더에게 '먼지'는 언제든 먼지 그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부신 성과나 탁월한 능력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도끼날이 될 수도 있고 오랜 기간의 신뢰를 한 순간 쓸어가는 홍수로 닥치기도 한다. 심지어 인격이나 정신상태까지 의심 받게 만드는 치명적인 덫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먼지'가 말 그대로 사소한 작은 실수나 허물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잠시 방심하는 순간에 일어나고 또 깜박 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넘어서기 쉬운 양심과 윤리의 접점에 만들어지고 쌓이는 탓에 먼지는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덩어리가 되고 태산이 되어 당사자를 짓누르게 된다.

리더에게 있어 먼지가 쌓일 수 있는 경계영역은 주로 금전적인 면, 인간관계 특히 이성문제 그리고 권한남용 등이다.

금전적인 면은 능력과 성과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장 '먼지'에 유념해야 할부분이다. 간혹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CEO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계장부를 조작했다거나 부적절한 매출계상을 저지른 범죄자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지나친 성과와 팽창주의에 휩쓸려 양심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뇌물을 줘야 도산 위기의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차라리 회사를 죽이는 것이 낫다." 는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의 말은 이제 개인 뿐 아니라 기업 조차 먼지가 없어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제도적인 장치로 먼지가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명하기로 소문난 한 IT업체의 CEO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정기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한다. 처음엔 스스로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임원들에게도 비용절감의 효과까지 거두게 되었다고 한다.

권한 남용은 소탐대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먼지'다.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도 업무용 비상헬기를 타고 고향집에 간다거나 언제나 회사 비용으로 아내의 선물을 산다면 누가 그 CEO를 존경할 수 있겠는가. 권한 남용은 부하들의 감정에 박히는 따가운 먼지인 만큼 결코 사소하게 넘겨서는 안 될 민감한 부분이다.

인간관계 역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먼지가 끼기 쉬운 영역이다. 굳이 유유상종이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와 가깝고 어떤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판단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가까이 지내는 측근의 평판은 동일시 되기 쉬우므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신중하게 관계를 맺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성을 대하는 태도나 이성과의 관계 또한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층일수록 성적 탐닉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한다. 실제로 몇 해 전 보잉사의 전 CEO인 스톤사이퍼는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가 밝혀져 불명예 퇴진을 했고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 역시 르윈스키와의 관계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그런 측면에서 여직원이 80%가 넘는 모 금융사가 최근 CEO 집무실과 임원실의 벽면을 유리로 바꾼 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공개된 장소와 공개된 행동이야 말로 쓸데없는 말거리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먼지'는 정말 먼지에 불과해야 한다. 사람들은 늘 털어도 먼지 조차 나오지 않는 리더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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