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조정장과 블랙먼데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0.19 15:30

횡보 거듭하는 증시, 실적으로 돌파구 마련하나

'블랙먼데이'(Black Monday) 20주년을 맞이해 시장에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 지금 뉴욕 증시가 횡보 장세를 지속하면서 소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증권시장은 개장 초부터 대량의 팔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다우지수가 하루동안 22.6% 폭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공황을 야기한 1929년 10월 24일(목요일) 폭락을 상회하는 대폭락이라고 해서 '블랙먼데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아직까지 잘나가던 뉴욕 증시가 왜 갑자기 폭락했는지는 아직까지 자세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미스터리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까지 올랐던 사실이 증시 폭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대폭락 이전 시점으로 증시가 회복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얼머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애리조나 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크리스 라무로는 "1987년 대폭락 당시 증시 상황은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좁은 문으로 나오려는 모습과 닮았다"며 모두 주식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거래에는 판매자와 매수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분위기 변화로 한쪽이 와해되거나 부족해질 경우 증시는 급등하거나 급락한다.

평상시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새로운 매수자가 나와 금방 복귀된다. 그러나 1987년 상황은 마치 두려움에 대한 인간 본성을 반영하듯 시장 복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장이 위기에 빠지면 이성적으로 마비돼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신용시장 경색이 발생했을때 투자자들이 모기지 증권을 투매한 것도 증시 폭락과 마찬가지 이유다. 허시 셰프린 산타클라라대 행동금융심리 교수는 "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22%라는 어마 어마한 낙폭이 또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과거에 비해 △ 증시 제도 개선 △ 정보 접근성 증가 등의 긍정적인 요인들은 과거와 같은 패닉 장세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S&P500 소속 종목들의 주가수익률(PER)이 16배 수준으로 20년전 20배보다 낮은 점도 폭락 걱정을 던다. 최근 불거지고 신용경색이 걸리긴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별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게 증시 전망이다. 엄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증시는 또 다시 대폭락장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주동안 뉴욕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에 불확실성이 잔뜩 고개를 들었다. 특히 중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증시도 마찬가지다. 최근 횡보장세를 지속하기 전까지 다우지수가 1만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S&P500 역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최근 1주동안 뉴욕 증시는 조정을 받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조정은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른 유가와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경색도 가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로 기업들의 실적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이 앞서면서 좋은 실적이 나와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뭔가 막힌듯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과도한 상승세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아직 신용경색 위기가 해소되고 있지 않은 점도 이러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9일(현지시간)에는 허니웰, 맥도날드, 3M, 캐터필러, 제록스, 와코비아 등 굵직 굵직한 기업들이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 기업들의 실적 흐름이 바로 '블랙먼데이'의 20년 후인 19일 장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의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우울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실적 장세가 날려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욕 증시가 실적 장세로 불안감을 떨치고 급등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주말을 마무리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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