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불 시대' 경제 파급 효과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9.29 12:16

경제 체질 변화로 '유가 100불 극복 가능' 우세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 유가가 100달러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유가가 전세계 경제 성장의 무거운 짐이 될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자칫 고유가가 가뜩이나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위기로 취약해져 있는 글로벌 경제에 핵폭탄급 위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가 100달러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겪고 있는 고유가 상황이 과거 '오일쇼크' 때와 같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인가. 그동안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점진적인 유가 상승에 따른 고유가 충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9월 한달동안 11.4%, 3분기중 14.6% 급등하는 고공 행진을 지속했다.

WTI 가격은 9월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장중 한때 배럴당 83.7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전날보다 1.5%(1.22달러) 떨어진 배럴당 81.66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에도 유가의 상승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세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 경제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의 고유가를 잘 소화해 내고 있으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라서더라도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유 수급 상황과 달러 약세 등 유가 시장의 요인을 살펴보면 유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유가의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돼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설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과거와는 상이한 경제 요소들이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월마트 효과' 값싼 제품으로 고유가 뚫는다

우선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전세계 경제의 '월마트 효과'다. '월마트 효과'란 값싼 제품이 시중에 넘쳐나는 것을 뜻한다. 저비용 수출국인 중국의 등장은 제품 가격을 이전보다 하락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은 더욱 늘어나게 돼 고유가 상황에서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강한 글로벌 성장세도 고유가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98년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시장을 놓고 점유율 경쟁이 벌어졌던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재 국제 유가 수준는 1998년보다 무려 8배나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세도 눈부셨다. 1998년 이후 전세계 경제는 매년 5% 이상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왔기 때문이다.

◇ 이머징 국가 새로운 소비국 부상

이 같은 경제 성장세를 이끈 것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비상이었다. 이머징 국가들의 눈부신 성장세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의 판로를 확대하는 것을 도와 고유가를 극복하도록 만들고 있다.

포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렌 휴즈 크롬윅은 "많은 이머징 국가들이 자동차를 소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면서 "이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즈 크롬윅은 "이머징 국가의 성장세가 유가에 대해 덜 민감한 경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브리지 에너지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인 다니엘 옐진도 "유가 상승에 대해 과거 오일쇼크 때보다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옐진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옐진은 그린스펀에게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르 유지할 경우 경제가 위험해질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며 고유가 충격에 대해 경제가 둔감해 졌음을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3%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산유국 글로벌 투자, 경제 순항 돕는다

또 고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레이트(UAE)를 비롯한 산유국들을 투자 대국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 국가 국부펀드들의 투자는 최근 전세계 시장의 화두로 등장할 정도다. 이들의 투자는 세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경제 순항을 돕고 있다.

독립 에너지 경제학자인 필립 베를레거는 "산유국들이 더욱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 유가 수준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도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1980년 이란혁명 등 갑작스런 공급 충격으로 유가가 급등할 당시 미국 FRB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은 오로지 문제만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버냉키는 과거 논문을 통해 "오일 쇼크가 실질적으로 경제에 미친 주요한 영향은 대부분 FRB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데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연료 효율성+경제 펀더멘털 변화

연료 효율성 증가와 경제 펀더멘털 변화도 고유가의 영향이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료 효율적인 기술 도입으로 친환경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 체질이 강해진 것도 과거 충격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미국 철도회사인 유니온 퍼시픽의 제임스 반즈 대변인은 "연비 효율적인 기관차 도입을 마쳤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 경우 오히려 거시적 관점에서 트럭에 비해 경쟁적인 우위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유가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도 많이 남아있다.

미국 대형 트럭 물류회사인 YRC 월드와이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빌 졸라스는 "아직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고유가는 경제를 침체 쪽으로 몰고갈 것"이라며 "지금처럼 취약한 경제 상황에서 고유가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유가는 자동차와 항공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고유가로 연료 소비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리고 유가는 당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4. 4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5. 5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