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산사태 주의보' 내려졌던 수락산 일대 가보니…시민 불안 여전

2020.08.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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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가 전례없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습 폭우로 인해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가 발효되면서 산 인접 지역 주민들이 특히 안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졌던 노원구 수락산 일대에는 10일 오전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수락산은 지난 3일 오후 4시30분경부터 폭우로 인해 입산이 통제됐다가 이날 오전 8시 다시 출입이 허가됐다.

등산객들이 우산을 들고 산을 오르는 가운데 등산로 입구에서는 파전과 막걸리 등을 파는 상인들이 열심히 영업을 준비했다. 이날 오전 수락산 일대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최근 이어진 폭우로 산이 머금고 있던 빗물이 쏟아져나와 계곡 물살이 매서웠다. 산 비탈면에도 빗물이 흘러내리며 곳곳에 도랑이 패여 산사태가 우려됐다.

오랜 기간 수락산 일대에서 장사를 해온 A씨는 "요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님도 없고 가게가 무너질까봐 그동안 영업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비가 오니까 등산 끝나고 밥먹는 등산객들이 별로 없어 문을 연다 하더라도 장사는 잘 안된다"고 말했다.

상인들에게 산사태 걱정은 없는지 물어보니 "위험해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근처 상인 B씨는 "정부에서 계속 산사태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는데 장사를 하지 않고서는 생활이 어려워서 안된다"면서 "손님도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가게를 연다"고 말했다. 이어 "계곡물 불어나는걸 잘 지켜보다가 넘칠 것 같으면 바로 가게 문 닫고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락산 인근 주택에 거주 중인 박모씨도 "살면서 아직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겪진 않았지만 요 며칠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는 것을 보니 무섭긴 하다"면서 "밤에 잠을 잘 때면 혹시 밤사이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9시부로 수락산 일대에 발효된 산사태 주의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수락산 일대는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노원구청은 계속해서 사고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수락산 일대에서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청은 오는 10월까지 산사태 대책반을 운영하며 24시간 상황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들은 등산로나 공원, 하천 등지에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 투입된다.

수도권 지역은 빗줄기가 잦아들고 있지만 중부 및 남해안 지역에는 여전히 빗방울이 거세 산림청은 산사태 경보 심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가 다 그친 뒤에도 땅속에 스며든 빗물로 얼마든지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지난 8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영상 촬영: 이정현 기자
영상 편집: 김윤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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