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의 비극이 세계로 번지고 있다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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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구 5000만의 수단은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집트 바로 아래 자리잡은 수단은 북동쪽으로 홍해에 연접해있고, 동쪽으론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이 있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연결되어 있고, 서쪽으론 리비아, 차드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2011년에 남수단이 독립한 후에도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국토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크고 중요한 수단이 내전 상태입니다. 안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수단에 내전이 겹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사망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수단은 1989년에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오랫동안 통치해오다가 2019년에 새로운 군사 쿠데타로 축출되었고, 이후 군부와 민간인들이 공동으로 통치해오다가 2021년에 군부가 또한번의 쿠데타로 다시 군사정부를 세웠습니다. 수단 군부 즉 국군 세력은 2021년 쿠데타 당시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의 묵인, 즉 협조를 얻었습니다. 이 신속지원군은 다르푸르에서 대량학살을 일삼은 악명높은 민병대 조직이 2013년에 공식조직으로 재편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국군 세력과 신속지원군 세력은 서로 별도로 움직이는 군벌들인 셈입니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불안한 동거를 해오던 두 세력이 드디어 작년에 전면전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내전에 해외세력들이 개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걸프지역의 두 부국 UAE와 카타르는 석유와 가스를 팔아 큰 부자가 된 나라인데, 이들은 땅덩이는 작지만 막대한 국부펀드를 이용해 외교적 영향력은 매우 큰 나라들입니다. 리비아 내전의 양대 세력도 이 두 나라가 각각 지원해서 현재는 나라를 두개로 나눠버렸고, 수단에서도 UAE는 신속지원군 세력을, 카타르는 국군 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과 사우디도 개입하고 있고, 러시아도 개입중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역 문제로 수단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서방이 손을 뗀 상태에서 지정학적 요충지 수단은 무정부상태로 전락하고 있고, 수단의 몰락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충격을 가져올 전망입니다. 동네에 폐가 하나만 있어도 동네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것처럼 국가 하나가 망해버리면 세계가 흉흉해집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난민이 스웨덴을 망가뜨리고 영국과 서유럽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수단이 북동아프리카의 '폐가'가 되는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2024년 8월 31일 간행된 이코노미스트의 이 브리핑 기사를 읽으시면서 북동아프리카와 중동 전망을 가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수단에서 벌어지는 전쟁 비극을 모른체 하기란 어렵다. 작년에 싸움이 시작된 이래로 15만 명이 사망하고 10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최소 40년간 세계 최악의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할 지도 모른다. 이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중동의 교차점에 위치한 수단의 붕괴는 7개의 취약한 이웃국가들과 접경해 있고 약 800km에 달하는 홍해 연안을 끼고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단은 혼란의 복마전이다. 수단 내전은 주변 지역에서 악의적인 세력을 끌어들인 다음 불안정을 생산해 밖으로 내보낼 것이다. 분쟁이 중단되지 않는 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 나라가 붕괴되면 사헬지역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정권들이 뒤흔들릴 수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 난민들이 유럽으로 탈출할 수도 있다.



또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이미 글로벌 해운에 차질을 빚고 있는 홍해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전쟁은 3개 대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라고 엔드레 스티안센 수단 주재 노르웨이 대사는 말한다.

또한 무질서한 시대의 무질서한 전쟁이다. 중국,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 정신이 팔려 있고, 떠오르는 미들파워 국가들에 의해 영향력이 희석되어버린 미국은 이곳에서 거의 무의미한 존재다.

국제 규범과 법률, 무기 금수 조치는 광범위하게 위반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아프리카연합(AU)과 같은 국제기구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수단에서 다극화된 무정부적 미래 세계의 분쟁을 엿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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