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명품시계 산 중고업자, '유죄→무죄' 판단 바뀐 이유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4.09.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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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사진=임종철/사진=임종철 /사진=임종철


훔친 고가의 시계를 사들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물업자가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 김민상 강영재)는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2월15일 자신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매매업체에 손님으로 찾아온 B씨로부터 194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1020만원에 사들였다.



해당 시계는 B씨가 훔쳐서 판매한 것이었다. B씨는 당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C씨가 올린 시계 판매 글을 보고 연락해 보증서 사진 등을 받아놓고 거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린 뒤 시계만 들고 도망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장물(절도 등 불법으로 가진 타인 소유 재물) 여부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장물을 취득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형법 제382조는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도 A씨가 장물인지 여부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에게 금고 4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시계를 팔러 온 B씨가 20세가량에 불과하고 중고거래 카페에서 현금 1940만원을 주고 산 시계를 1년 만에 매수 가격 절반으로 매도하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음에도 시계 구매 내역, 손해를 감수하고 처분하는 이유 등을 상세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 B씨는 A씨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평소 소지하고 있던 다른 사람의 명의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피고인이 형식적으로만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전과도 고려했다. A씨는 2021년 7월8일 고등학생이 제시하는 타인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팔찌 20돈을 480만원에 매수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중고거래 카페에 올라온 시계의 시세에 맞춰 시계를 구입했고, 신분증의 사진이 비슷한 데다 이를 복사해 매입계약서 뒤에 첨부하는 등 기본적인 확인 조치를 충분히 거쳤단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시계는 거래 카페에서 같은 모델이 1120만원에 거래됐고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1230만원 선까지 매수 의향이 있다는 글을 올려놓는 등 피고인은 시세에 맞춰 이 사건 시계를 샀다. 시계의 시가를 공소사실에 기재된 1940만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B씨는 피고인이 실시한 신원확인조치에 자연스럽게 응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시계를 취득한 경위를 묻고 보증서까지 확인해 장물이 아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매도인의 신분이나 물건의 출처 및 소지 경위에 대한 매도인의 설명 진부에 대해서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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