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흡연신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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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사진=MBC'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사진=MBC


“언제까지 피지도 않는 담배를 물리고 연기를 시킬 것인가.”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범죄 스릴러물이다. 이 장르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에는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흡연 장면이다. 극 중 인물들의 고단함과 초조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장르에서는 흡연신을 애용한다. 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는 흡연 장면이 없다.

최근 드라마 작품들에는 흡연, 음주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극적인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작품이 잘 되며 대중과 신뢰를 형성할수록 이 같은 장면들은 모방 행동을 유도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 특히 청소년들은 드라마 속 인기 캐릭터에 대한 모방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우려점이 크다. 또한 인기작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흡연신이 많아질수록 이 같은 행위가 일반적인 행동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여러 국가에서 방송 중 흡연이나 음주 장면에 제한을 두고 있다.



수많은 범죄 현장이 그려지고, 인물들의 처절한 감정들이 부닥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흡연 장면 없이도 쫀듯한 스릴러의 맛을 잘 내고 있다. 변영주 감독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찍으며 이 부분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흡연신을 넣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공중파인 MBC에 작품이 편성됐을 때 담배 피우는 장면은 애초에 빼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또 언제까지 피지 않은 담배를 물리고 연기를 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저의 공중파 드라마의 생리는 보건복지부가 가장 사랑하는 ‘노담’의 세계를 가져가야겠다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사진=MBC'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사진=MBC


흡연을 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치밀한 감정선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이를 대신해 보다 탄탄한 서사를 쌓는데 공을 들였다. 흡연과 같은 부수적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이야기 전개를 핍진성 있게 꾸리면 충분히 스릴러의 어둡고 쫀쫀한 재미를 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변영주 감독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거기에 종속돼서 지푸라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회 사건을 염두에 두면서 서사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유연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에서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경우에 10년형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를 적용하면 5년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무게감이 확 사라진다. 10년이라는 무리한 설정을 택했다면 나머지 부분이 리얼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인인 권일용 프로파일러에게 새벽에도 전화하고 아침에도 전화하고 계속 물으며 사실적인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앞으로 재미는 어떻게 쌓아갈까. 변영주 감독은 “권력으로 방어벽을 완벽하게 쌓아 올린 사람들 사이에서 고정우(변요한)와 노상철(고준)은 어떻게 실마리를 찾을지, 범행 현장에 고정우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죽었고 목격자는 누구인지, 시체를 치운 사람은 누구이고, 이를 은폐하고 조작한 이는 누구인지가 전개될 거다. 그리고 노상철은 생각보다 유능한 경찰이라는 걸 유념해서 봐주신다면 재미있으실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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