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애초 로봇손은 자동차, TV 등 조립공정에 투입돼 사람이 하기엔 위험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하는 데 주로 투입됐다. 지금은 그 쓰임새가 늘었다. 의사의 수술을 돕고 재난지역의 탐사·구조를 지원한다. 여기서 더 소형화·경량화되면서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 로봇도 흔해졌다.
27개의 뼈와 강약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근육, 고도로 민감한 촉감 등으로 이뤄진 인간 손을 그대로 모방하기 위해 전 세계 로봇 공학자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로봇학회장인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인간형 로봇 핸드가 미래산업 분야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TRI가 개발한 로봇 핸드가 물체를 잡자 압력 세기에 따라 로봇 손가락 색이 바뀌고 있는 모습./사진=ETRI
앞서 ETRI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강성을 가진 '에어 챔버형 유연 촉각센서' 기술을 개발, 물체의 강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고도화된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앞으로 로봇과 인간 간 상호작용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물류 자동화·가정용 로봇, 스마트공장 및 휴머노이드 로봇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전문기업 코보시스는 전동특수차 전문업체 화인특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무인 자동화 스마트팜 정식로봇'을 개발했다. 이는 한 쪽 로봇손이 모판에서 모종을 뽑아내고 다른 손으로는 재배용 배지(培地)를 파낸 후 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여린 모종을 단단한 배지에 옮겨 심는 작업은 단순해 보여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모종이 다치지 않게 쥐고 옮겨놓는 섬세한 근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의 손길 외에 기계화가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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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이식하고 있는 정식 로봇/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 손동작을 완전하게 할 '로봇 피부' 개발도 진행중이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외부 촉각 자극을 느끼고 칼에 베여도 다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로봇 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피부는 인간 피부 구조와 촉각 수용기의 특징·구성을 모방해 적은 수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표면 영역에서 압력과 진동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측정된 촉감 신호를 AI 신경망으로 처리해 누르기·두드리기·쓰다듬기 등 촉각 자극의 종류도 분류할 수 있다.
하이드로젤·실리콘 등 부드러운 소재로 피부를 만들어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날카로운 물체에 깊게 찢기거나 베여도 구조·기능을 손쉽게 회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넓은 부위에 정교한 촉각뿐만 아니라 사람 피부와 유사한 물성·질감도 부여할 수 있어 식당 서빙 로봇이나 인간형 로봇처럼 사람과 다양한 접촉·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KIST가 개발한 'KISTAR Hand'/사진=K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