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를 때 '헉헉', 유명인도 돌연사…'이 병' 뭐길래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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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올해 상반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강 기사를 갈무리해 소개합니다.

계단 오를 때 '헉헉', 유명인도 돌연사…'이 병' 뭐길래


최근 유명인들의 돌연사 소식에 '비후성 심근병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심장을 구성하는 '4개의 방' 중 하나인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젊은 나이 급성 심장사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급성 심장사는 증상이 시작된 후 한 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심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의 국내 유병률(병을 앓는 환자 비율)은 2010년 0.016%에서 2016년 0.03%로 증가했다. 유전적 요인을 지닌 가족성 심장병으로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문인기 순천향대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심장사가 발생하거나 심부전이 악화할 수 있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방·관리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고혈압처럼 심장에 부담을 주는 병이 없는데도 좌심실 벽이 두꺼워진다. 특히 심장을 이루는 각 방의 '칸막이'인 심실중격(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중간벽)이 커지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보내는 '좌심실 유출로'에 협착이 발생해 실신, 흉통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뚜렷한 이유 없이 계단을 오르거나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심장이 요동치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는 심근병증 형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 심장 초음파 검사나 심전도, 심장 MRI, CT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약 좌심실 유출로 협착이 있는 경우 심근 절제술이나 두꺼워진 부위 심근을 괴사시키는 시술을 시행해야 한다.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부정맥이나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심부전이 발생했다면 약물치료나 돌연사 위험이 높을 경우 심장이 멈추는 것에 대비해 제세동기를 삽입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문인기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문인기 교수
문인기 교수는 "최근에는 수술 및 시술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심근 세포 수축력을 감소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제가 소수지만 사용되고 있다"며 "다만 일부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심초음파를 통해 대상자를 면밀하게 추려 적합한 경우 약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를 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40~60%에서 심장 횡문근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찰된다. 단,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종류의 비후성 심근병증(심첨부)은 유전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인기 교수는 "병이 반드시 유전되는 것이 아니고 유전자 이상이 있어도 심근 비후가 발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비후성 심근병증이 없는 일반인과 유사한 생존율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비후성 심근병증 예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좌심실 유출로 폐색이 있는 환자는 운동을 제한해야 한다. 문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심부전, 부정맥이 잘 나타나므로 짜게 먹지 않고 금연, 금주를 꼭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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