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범죄' 일본계 이민자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사망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4.09.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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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7월 28일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열린 군사 의식에서 군 지휘관들을 지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991년 7월 28일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열린 군사 의식에서 군 지휘관들을 지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알베르토 후지모리(86) 전 페루 대통령이 오랜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향년 86세.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민중권력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투병 끝에 소천했다"고 전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났다. 수학과 교수와 대학 총장을 지낸 뒤 전국대학총장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때 동료 교수들과 대학총장들의 지지를 받으며 신생정당 '캄비오(Cambio·변혁) 90'을 결성했다. 1990년 대선에서 세계적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후지모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임기 초반 그는 국영 산업을 민영화하고 무역 관세를 인하해 경제를 안정화해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재임 중 헌법을 개정해 3선 연임을 꾀하며 독재 수순을 밟았다. 2000년 결국 3선에 성공했으나 이후 페루에서 벌어진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기에 처한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하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페루 검찰은 그의 범죄와 관련한 사망자가 최소 25명이라고 밝혔다.

2005년 그는 정계 복귀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다.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그는 2017년 성탄절을 앞두고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1년 뒤 페루 대법원이 사면을 취소해 다시 수감됐다.



4년 뒤인 2022년 페루 헌법재판소는 그의 사면 결정을 유효화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며 석방을 결정했다. 하지만 페루 정부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후지모리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 등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석방된 그는 폐종양, 혀종양 등 각종 질병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지난 7월 2026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야심을 보였지만 86세 일기로 결국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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