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 선물은 한우로 안 한대요" 마장동 상인들 씁쓸한 추석[르포]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9.11 06:00
글자크기

"불경기에 지난해 매출 60% 수준…"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추석 앞두고 매출이 지난해 60%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추석 명절을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한우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명절 대목 매출을 묻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북문에서 남문까지 이어진 약 280m 도로 양옆으로 한우, 수입 고소기, 소내장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늘어섰다. 이곳에서 선물 세트를 받아 전달하는 택배업체들은 대체로 오는 12일 추석 선물 배송접수를 마감한다.



이들은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두고 막판 선물세트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13년째 이곳에서 한우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개인 고객보다 선물 세트를 주문하던 기업들 주문이 많이 줄어들어 매출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이씨 매장에선 명절 기간 15만~25만원대 한우선물세트가 많이 팔린다고 했다. 이날 1.5㎏ 짜리 1++등급 한우선물세트 1개 가격은 24만9920원. 이씨는 "가격은 지난해랑 비교했을 때 큰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한우 판매 점포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소가격이 싸졌다는 보도도 있지만 도매나 소매 가격에는 차이가 없다"며 "실제로 한우 가격은 내려갔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서인지 지난해 추석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상인./사진=정세진 기자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상인./사진=정세진 기자
한 축산업체 직원 김모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이 반반 정도 된다"며 "개인 고객은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도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외국인도 한우선물세트를 사러 많이 온다"면서도 "대량 주문하던 기업 고객이 지난해와 비교해 70% 수준으로 줄면서 매출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점포 규모가 작은 상인들은 타격이 더 크다고 했다. 정육점용 냉동고 1개만 사용하는 상인 박모씨는 "이번주부터 조금씩 명절 선물세트 주문이 들어온다"며 "지난주에는 주문이 없어서 고기를 많이 못 들여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주문량이 좀 있어서 미리 고기를 사다 놨는데 올해는 아직 거의 못 팔았다"고 했다.


온라인 고기 구매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직접 찾아오는 고객만 상대하는 점포들의 매출이 줄었다는 목소리다.

한우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장모씨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매장이 매출이 높은 편"이라며 "명절 선물은 특히 택배 주문이 많아서 온라인 주문 비중이 높다"고 했다.



15년째 한우를 판매하는 상인 박모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면서 전체 매출이 줄었다"며 "추석 앞둔 시점에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2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만해도 이때쯤 시장 골목이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지금 보시라"라며 "올해는 붐비지 않는다"고 했다.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상인/사진=정세진 기자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상인/사진=정세진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