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늘리면 내년 의대 1학년 과정만 7700명…교수 부족 우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9.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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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9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박평재 위원장,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채희복 위원장,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김충효 위원장이 의대 증원 반대를 외치며 삭발하고 있다. 2024.9.9 hugahn@newsis.com /사진=안성수[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9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박평재 위원장,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채희복 위원장,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김충효 위원장이 의대 증원 반대를 외치며 삭발하고 있다. 2024.9.9 [email protected] /사진=안성수


정부는 지난 9일 의대 수시 원서 전형을 시작해, 2025학년도 의대증원분은 되돌릴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 의사집단은 2025·2026학년도 증원분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내년도 의대정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025학년도 정원'을 두고 의사들과 정부 간 수(手) 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내년에 의대정원을 늘려도, 안 늘려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쏟아진다.

10일 교육부·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6년 동안 총 5조원 이상을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증원으로 의학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투자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의대 교육에 약 2조원을,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체계 혁신 등에 약 3조원을 투입한다. 내년에 교육부는 6062억원, 복지부 5579억원 등 1조164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반영했다.



5조원은 정원이 늘어날 의대 32곳의 강의실과 실험실·실습실을 구축하고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을 1000여명을 늘리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내년 배출될 신규 전문의가 평소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 예정인데다, 현재 병원에 남은 의대 교수들(전문의들) 가운데 일부가 내년 정년퇴임하면 남은 교수들의 업무량이 지금보다 폭증할 게 뻔해서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9.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9.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의료계에 따르면 매년(2월 말, 8월 말) 정년퇴직하는 의대 교수는 100명 안팎인데, 현재 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레지던트 1~4년차가 전체의 10.3%(1만463명 중 1079명, 9일 기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는 전문의 면허를 딴 레지던트 중 개원하거나, 페이닥터로 취업하는 등 사례를 제외하면 약 20~30%가 펠로우(전임의)로 대학병원에 남는다. 내년에 전문의 면허를 딸 레지던트 4년차가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270명가량인데, 이들 중 20~30%가 대학병원에 남을 경우 54~81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A 교수는 "대학병원 의대 교수의 번아웃 실태를 뻔히 아는 전공의들이 내년에 전문의 면허를 따면 대학병원에 취업할 비율은 예년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병원에 남은 전문의 전체 인원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전문의 1인당 업무량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안과 B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대 교수는 안과의원을 개원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사명감에 대학병원에 남아있던 것"이라며 "하지만 번아웃이 너무 심해, 나를 비롯한 많은 동료 교수가 최대한 버텨도 올 연말이다. 모두 내년을 넘기지 않고 그만두려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남은 의대 교수들이 진료에 교육·연구까지 병행하기 힘들 뿐 아니라, 병행하더라도 응급실 이후의 배후진료가 불가능한 시간대가 속출할 것이고, 이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는 급증할 것이란 게 의료계의 우려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정부의 원안(내년 4567명, 2026년 5058명)과 달리 올해 휴학한 의대생 3000여명이 내년에 모두 복학할 경우 7500~7700명(3000여명+4567명)이 의대 1학년 과정을 같은 교실에서 부대끼며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의사집단의 요구대로 내년 의대증원책을 취소해도 문제다. 3058명에 휴학생 3000여명이 복학해도 6000여명에 달해서다.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의대생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2025년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는 불가능하고, 4567명 교육은 가능합니까?"라는 문장을 올렸다. 의사집단의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은 10일 기자에게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몰수할 수 있게 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수험생들이 증원 백지화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의 '앞선 판례'와 같은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99.9%"라고 자신했다. 그가 언급한 대법원의 앞선 판례에선 "친일 재산의 진정소급입법을 통해 침해되는 법적 신뢰는 심각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적 중대성은 압도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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