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겠다" 중국기업은 10조씩 붓는데…LGD 결단은 언제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9.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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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거대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잇따라 8.6세대 OLED 투자를 결정하면서 LG디스플레이도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OLED 양산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8.6세대 공정 없이는 대형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8.6세대 IT(정보기술)용 OLED 생산라인 투자를 확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 1000억원을 들여 아산에 월 1만 5000장 규모의 8.6세대 공장을 건축중이며, 중국 BOE와 비전옥스도 최근 월 3만 2000장 규모의 8.6세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은 OLED 기술이 국내보다 떨어지는 만큼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 격차를 좁히겠다는 목표다.



아직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주요 기업 중 LG디스플레이밖에 없다. 8.6세대 OLED는 기존 6세대보다 유리원장 면적을 키운 공정으로,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이 최대 2배~2.5배 (14.3인치 기준) 늘어나기 때문에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모바일·태블릿 등 중소형 패널 부문에서 LCD보다 비용이 높은 OLED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어 고객사의 선호도도 높다.

애플 등 대형 고객사가 주문량을 크게 늘리는 시점에서 8.6세대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업체의 OLED 기술은 국내에 비해 1~2년 뒤처져 있지만, 하이엔드급 제품이 아닌 보급형 제품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를 따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빛샘 문제로 아이폰에 패널 공급을 취소당했던 BOE가 최근 아이폰16 일반 모델에 OLED 공급 승인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시기를 늦추는 원인은 재무적 요인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속되는 영업적자로 인한 재무 부담 탓에 최소 수조원이 드는 8.6세대 증설에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 규모와 수율 등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만, 적어도 3조~4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증착기 등 장비와 제대로 된 8.6세대 양산 설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이 마무리돼야 투자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TCL의 자회사 CSO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매각 협상 중으로, 1조원 후반~2조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연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1조 3000억원과 유휴 부동산 매각대금 등을 합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투자를 서두른다면 고객사의 주문량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OLED 패널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사로, 애플은 내년부터 모든 아이폰 모델에 OLED 패널을 탑재하고 발주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OLED 패널 공급은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산 능력과 수율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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