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웹페이지 캡처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에 '감사한 의사' 명단이 올라왔다. 이번이 벌써 3번째 업데이트다. 작성자는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인 메디스테프, 총 4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채팅방에 '감사한 의사' 명단을 지난 20일부터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산책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작성자는 최초 블랙리스트에 실명과 학번, 근무지를 공유한데서 최근에는 의사면허, 전화번호, 이메일,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올리며 '저격'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3년 차 19명, 2년 차 3명의 실명과 생년월일,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출신 학교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게시된 진료 지연 안내문./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감사한 의사'에는 의대 정원을 추진한 공무원과 이를 옹호한 대학 총장과 국회의원, 의료계 비판 의견을 낸 일부 기자에 대해 이름, 기사 제목, 취재 활동 등도 함께 공개됐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작성한 블랙리스트 기사는 "왜곡 보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데이트 파트만 캡처하는 악질"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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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사진=[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그는 "퇴사하고 나서도 원래 다니던 직장 사람들을 테러하는가. 퇴사자가 직장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하고 요구조건 들어주면 복귀해준다고 말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응급실 파행을 막기 위해 열심히 근무하는 의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게 인간이 할 짓이냐"며 "(선배들은) 벌써 내년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협박해 같이 눕겠다는 생각뿐이다. 타인의 자유를 누구보다 억압하면서 본인들의 자유를 주장하는 파렴치한 집단은 내가 떠나겠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의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현황을 파악하고는 있다. 그런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회원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경찰에 해당 사이트 작성자의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도 "해당 부서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조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전임의·전공의·의대생 블랙리스트가 이 정도로 광범위해진 건 수백 명이 리스트 작성에 열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며 "관련자가 다수로 추정되는 만큼 서둘러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