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차제에 '정봉주 숙청'이 남긴 정치 양극화에 대해 기억하고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 이제 정치 양극화는 국민 전체의 이념적·당파적·정서적 문제가 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X)'에 의하면 정치성향이 다르면 연애와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는 국민이 58%나 됐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성향이 안 맞으면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국민은 33%였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는 국민도 71%에 이르렀다.
이런 결과는 한 가지 의문을 던진다. 중도가 절반에 가까운데 왜 국민 다수는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모순되지 않게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양극화의 성격이 '정치엘리트 수준의 정치 양극화'인지 반대로 '국민 수준의 양극화인지'가 쟁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정치 양극화를 경험하고 분석한 미국 학계의 시사점을 볼 때 양극화 원인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가 경쟁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적절할까. 둘째라면 국민 수준의 경제 양극화를 반영한 엘리트들의 정치 양극화는 민의의 자연스러운 반영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에서 '양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30% 무당파의 존재', 그리고 '45% 이상 중도성향의 존재'를 볼 때 첫째 시각이 적절해 보인다. 왜냐하면 국민 수준에 의해 양극화가 됐다면 다수의 무당파와 중도는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 양극화의 본질이 첫째라면 그 해법은 간단하다. 정치권이 강성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도록 불이익을 주는 게 핵심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해 음모론이나 괴담을 선동하거나 '증오·혐오발언'을 한 정치인의 공천을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게 시급하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