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묘지관리·미술품도 회삿돈으로…남양유업 前회장의 씀씀이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4.09.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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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0억원대 횡령 의혹을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광범위하게 사용한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

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홍 전 회장이 묘지관리, 해외여행, 미술품 구매 등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 차량과 운전기사, 법인카드 등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횡령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2일 홍 전 회장과 전직 경영진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남양 측이 주장한 횡령 액수는 201억2223만원으로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의 2.97% 규모다.



지난달 사건을 배당받은 공조부는 남양유업 준법경영실 관계자 등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지난달 30일엔 이광범·이원구 전 남양유업 대표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홍 전 회장의 아내인 이운경 전 남양유업 고문도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인 홍진석·홍범석 전 상무가 연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홍 전 회장 등의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홍 전 회장은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으로, 2021년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식약처 등 보건당국이 반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커지자 홍 전 회장은 한 달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자신의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한앤코의 약속 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 해지를 통보해 2년여간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대법원이 지난 1월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은 60년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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