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반복되는 금융불안의 배경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24.09.0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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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고평가된 기술주를 위시해 주식시장, 나아가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한 흐름이 되풀이된다. 지난 8월 초 미국의 실업률 급등 소식에 이른바 블랙먼데이 사태가 벌어지더니 9월 들어서니 미국의 제조업 경기부진 소식에 또다시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시장을 움직인 재료로만 보자면 분명 좋은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기조정을 시사하는 몇 가지 소식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나 실업률에 기반한 '샴법칙' 등의 분석에 기반해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하지만 정작 미국 경제는 이번 3분기에도 연율 2%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인 셈이다.



실제로 8월 초 극단적인 혼란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침체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경기조정이 오히려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글로벌 차원의 금리인하를 재촉할 것이라는 기대가 버팀목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가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금융시장이 거듭 동요한다. 1개월짜리, 때로는 1주짜리 경제지표 하나가 시장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처럼 단기적인 경제지표들에 대한 시장의 극단적인 민감성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을 필두로 지나치게 호황무드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성장모델로서 AI 기술혁신에 대한 열광에다 세계적 통화긴축에도 마이너스금리의 함정에 빠진 일본발 '엔캐리트레이드' 확산 등이 이유다. 문제는 그 와중에 부채에 기반한 투기적 포지션이 확대되면서 시장 전반의 취약성을 키운 것이다. 점차 AI 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또 이제는 예전과 반대방향으로 일본은행의 엇박자 행보가 가시화하면서 이런 포지션에 대한 대대적인 청산압력이 부각된다.

시장의 기술적 측면도 문제다. 사실 8월 초는 휴가철로 많은 베테랑 트레이더가 빠져나갔다. 당연히 경험 적은 트레이더들이 총대를 메야 했고 슬기로운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유의할 점은 오랫동안 금융규제로 인해 소위 딜러들의 시장조성자 역할이 퇴각하고 대신 AI 등에 기반한 자동화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시장에 충격이 닥쳤을 때 그와 반대되는 매매로 상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후자는 도리어 동조매매로 시장 흐름을 증폭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의 좌표설정이 어려워졌다. 당초 코로나19 위기는 이전 장기정체 흐름을 증폭하는 계기로 간주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치솟으면서 거시경제 환경이 180도 반전됐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퇴조하면서, 그러나 각종 지정학적 갈등이 전면화하면서 경제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모습이다. 결국 연준조차 그때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연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금융시장도 매한가지다.


결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금융시장의 험난한 여정은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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