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시장을 움직인 재료로만 보자면 분명 좋은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기조정을 시사하는 몇 가지 소식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나 실업률에 기반한 '샴법칙' 등의 분석에 기반해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하지만 정작 미국 경제는 이번 3분기에도 연율 2%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인 셈이다.
이처럼 단기적인 경제지표들에 대한 시장의 극단적인 민감성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시장의 기술적 측면도 문제다. 사실 8월 초는 휴가철로 많은 베테랑 트레이더가 빠져나갔다. 당연히 경험 적은 트레이더들이 총대를 메야 했고 슬기로운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유의할 점은 오랫동안 금융규제로 인해 소위 딜러들의 시장조성자 역할이 퇴각하고 대신 AI 등에 기반한 자동화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시장에 충격이 닥쳤을 때 그와 반대되는 매매로 상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후자는 도리어 동조매매로 시장 흐름을 증폭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의 좌표설정이 어려워졌다. 당초 코로나19 위기는 이전 장기정체 흐름을 증폭하는 계기로 간주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치솟으면서 거시경제 환경이 180도 반전됐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퇴조하면서, 그러나 각종 지정학적 갈등이 전면화하면서 경제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모습이다. 결국 연준조차 그때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연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금융시장도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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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금융시장의 험난한 여정은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