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차관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의협 "역대급 망언" 발끈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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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일 "본인이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사실 경증"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망언 제조기의 역대급 갱신"이라며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 정부는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부담을 90%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경·중증을 판단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본인이 전화 걸어서 물어볼 정도면 경증"이라며 "며 "중증은 거의 의식불명이거나 본인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의협은 이를 두고 "어처구니없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답변"이라며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가 진행되면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사들도 구분이 어려워 수많은 임상경험과 공부를 통해 판별해야 하는 데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증이면 도대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은 왜 공부하느냐"며 "응급실은 '전화를 못 걸 정도의 환자'만 받는 거니 더는 전화기가 필요 없단 얘긴가"라고 비꼬았다.

나아가 의협은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정책실무 책임자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인식 수준의 차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니, 대통령이 현 상황을 '원활하다'며 태평하게 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역대급 망언을 날로 갱신하는 박민수 차관을 비롯한 우리나라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늦기 전에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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