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말 안듣고, 야당은 압박' 난감한 한동훈...특검법 선택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4.09.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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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용산·원내지도부 반대에…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 후로 추진 밀릴 가능성 높아

한둥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대표 회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4.9.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한둥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대표 회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4.9.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초 약속한 제3자(대법원장)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문제를 놓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야당은 제3자 특검 추천을 골자로 한 네 번째 특검법안을 발의하며 압박에 나서고 여당 원내에선 여전히 반대가 강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지난달 8일 세 번째로 발의한 '순직해병 특검법안'(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해 법사위 1소위로 회부했다. 특검 대상에 김건희 여사를 추가하고 특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날 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이 제3자 추천을 담은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그 이전에 발의한 세 번째 특검법을 소위에 회부한 것이다. 여당에선 네 번째 특검법을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소위에 직회부해 신속 처리하기 위한 '꼼수'라고 본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사위 기자회견에서 "어제 발의한 제3자 안도 민주당 입맛대로 특검을 고르겠다고 하는 것이면서, 오늘 본인들이 본래 주장하던 원안을 제3자 안과 관계 없이 먼저 (법사위에) 올리는 행태는 민주당이 결국 제3자 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성준(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야 5당이 공동발의한 순직해병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9.03. /사진=뉴시스 박성준(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야 5당이 공동발의한 순직해병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9.03.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전날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 '무늬만 제3자 추천' 법안이며, 탄핵 명분을 쌓기 위한 정쟁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한 대표도 "내용을 봤는데 (기존 야당 특검안에서) 바뀐 게 별로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며 한 대표의 입법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의 특검법은 이달 중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안 발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물론, 원내지도부마저 한 대표의 안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추경호 원내대표은 전날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가 발표된 뒤에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할 것이란 게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한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이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둥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9.2/사진=뉴스1한둥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9.2/사진=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의원들을 설득 중인데 민주당이 자극적으로 계속 이상한 법안을 내놓는 바람에 당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후 특검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으니 원내지도부와 입장이 다르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마저도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공수처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이 민주당처럼 대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라며 "다만 특검법 발의와 거부권이 반복되는 사태를 결국 매듭짓는 방식은 제3자 특검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한 대표의 주장이 합리적이었단 것이 드러날 것이고 한 대표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다른 친한계 인사도 "시간 문제일 뿐 결국 대통령실도 한 대표의 안을 받고 특검을 털고 가야 할 것"이라며 "결국 된다. 그 때까지 설득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언제 끝날지, 대통령실이 언제 설득될지는 알 수 없다. 특검법 추진이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만큼 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보다 명확한 의지를 밝혀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대통령과 당,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데 핵심엔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가 있다"며 "한 대표가 시점은 다소 늦추더라도 명확히 특검 수용과 관련한 프로세스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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