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약 찾는 경찰견, 놀이로 생각"…명예경찰 된 스타 수의사 설채현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이강준 기자 2024.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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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인재개발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설채현 수의사 명예경찰 위촉

설채현 수의사가 4일 대전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진행된 명예경찰 위탁식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견종합훈련센터설채현 수의사가 4일 대전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진행된 명예경찰 위탁식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견종합훈련센터


"경찰견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 설채현 수의사가 4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경찰견)을 혼낸다고 업무 역량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일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돕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인재개발원은 이날 설 수의사를 명예경찰관(경위)으로 위촉했다. 그는 앞으로 1년간 명예경찰관으로 활동하며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경찰견 운용 요원을 대상으로 훈련 전문성 등에 대해 강의할 계획이다. 설 수의사는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을 통해 올바른 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설채현 수의사 "개가 행복해야 일도 잘한다"
설 수의사는 이날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경찰견들을 위해 응급처치요령을 강의할 것"이라며 "경찰관이 시민을 구할 때 CPR(심폐소생술)을 하듯 경찰견이 다치면 경찰관이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의사로서 폭발물 처리나 재난 상황 등 위험한 근무 환경에 투입되는 경찰견에 각별한 관심이 간다고 말하면서다.

지난 5월 17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국가중요시설 테러 대비 2024년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5월 17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국가중요시설 테러 대비 2024년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면서 설 수의사는 "개도 행복해야 일도 잘한다"고 밝혔다. 경찰견은 폭발물이나 마약, 실종자를 찾는 것을 놀이로 받아들인다고 설 수의사는 봤다. 경찰견도 행복하게 일해야 능률이 오르고 결정적 단서를 찾아 시민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견 노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설 수의사는 밝혔다. 통상 경찰견 복무 기간은 8년이다. 체력저하 등을 이유로 임무 수행이 어려워진 경찰견은 분양된다. 경찰견 운용요원, 전·현직 경찰관, 기동대 등 경찰부대 종사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일반 가정도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 분양 조건은 △옥외 견사와 마당 소유 △연 1회 이상 은퇴견 이상 유무와 특이사항 통보 △성실 보호와 영리활동 금지 등이다.


설 수의사는 "개들이 사람을 위해 많이 헌신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군견을 위해 장례식을 한다. 우리도 (경찰견) 은퇴 후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눈부신 경찰견 활약상…야산에 파묻은 마약까지 찾아낸다
채취증거견 '폴리'(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 종합훈련센터 제공). /사진=뉴스1채취증거견 '폴리'(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 종합훈련센터 제공). /사진=뉴스1
경찰견종합훈련센터는 경찰견 행동교정과 관련 적극적으로 설 수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오성진 경찰견종합훈련센터장은 "너무 소심한 개들은 임무 수행이 어렵고 너무 공격성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전문가인 설 수의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견종합훈련센터는 한해 약 130여명의 경찰견 운용요원을 양성한다. 경찰견 운용, 마약탐지, 과학수사 증거 수집 등 4개 과정을 운영한다. 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벨지안 셰퍼드 말리노이즈로 △저먼 셰퍼드 등을 훈련시켜 현장에 투입한다.

경찰견 양성 프로그램이 전문화되면서 경찰견의 활약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지난 6월 586억원 상당의 마약 밀수입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당시 이들이 야산에 묻었던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찾아낸 것도 경찰견이었다.

설 수의사는 "9·11 테러 현장에서도 경찰 수색견들이 실종자 상당수를 찾아냈다"며 "이 친구들(경찰견)을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훈련중인 경찰견종합훈련센터 관계자들과 경찰견. /사진제공=경찰견종합훈련센터훈련중인 경찰견종합훈련센터 관계자들과 경찰견. /사진제공=경찰견종합훈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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