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경증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지표로 삼은 건 '케이타스'(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라고도 부르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다. KTAS는 2012년 캐나다 응급환자 분류 도구인 '씨타스'(CTAS·Canadian Triage and Acuity Scale)를 우리나라 의료상황에 맞게 바꾼 것으로, 원래는 응급실에 온 환자의 진료 순서를 정하기 위한 가이드로만 활용됐다. 정부는 KTAS 4~5급에 해당할 때 경증·비응급으로 분류해 본인부담률을 90% 받겠다는 것이다. 5등급의 경우 '긴급해도 응급은 아닌 상태'를 말하는데, 환자가 스스로 긴급한 상태라고 느껴도 응급까지는 아닐 수 있단 얘기다.
아픈 정도와 상관없이 '의식이 있다'면 경증이라는 것이다. 박 차관은 "중증은 거의 의식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거나 이런 경우들"이라며 "그렇지 않고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면 경증"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췌장암으로 등 통증이 생겨 응급실에 환자가 찾아와도 당장 5분 이내에 진료하지 않아도 되면 4·5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칼에 베였는데 얼마나 깊이 파였는지, 피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에 따라 1·2·3급일 수도, 4·5급일 수도 있다. 이런 환자가 만약 4급으로 경증으로 분류될 경우 본인부담금을 총진료비의 90%를 내야 한다. 이 회장은 "외국에서는 환자 수에 비해 의사가 적어, 이 응급환자 분류 도구를 응급실에 온 환자가 기다려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활용할 뿐 경증이냐 중증이냐를 나누는 데 적합한 도구는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응급실에 온 환자를 경증인지 중증인지 나누는 건 지난 30여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라며 "본인부담률을 올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라면 지난 30여년간 왜 올리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30여년 동안 모두가 편하게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왔는데, 이제 와서 경증 환자는 이용하지 말라 하면 국민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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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인부담률을 90%로 올릴 때 건보공단만 이득 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진료총액은 같은데 본인부담률을 높이면 건보공단을 병원에 줄 돈을 아끼겠지만, 경증으로 구분된 환자는 내가 왜 경증이냐며 의사와 실랑이를 벌일 수 있다. 책임은 국민이 지고, 욕은 의사가 먹고, 이득은 정부만 보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