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눈 다치면 속수무책…'빅5' 안과응급수술 못 한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박미주 기자 2024.09.0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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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후 교수 사직 늘어
정규시간 외 진료 사실상 불가
이대목동·아주대 응급실 등에
오늘부터 군의관·공보의 파견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사 부족'으로 야간 진료를 제한하는 응급실이 곳곳에서 늘고 있는 가운데,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에선 유독 '안과 응급진료'가 야간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라며 현재 응급진료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밤에 문을 연 응급실에 가더라도 정작 안과 응급진료는 못 받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3일 0시에 '응급실 종합상황판'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빅5 병원 응급실에서 모두 '안과 응급 진료(수술 포함)'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주말, 공휴일, 평일 18시 이후 안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정규 시간(오전 7시~오후 5시) 외 안과 진료를 일절 받지 않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안과 응급 중 △외상으로 인한 안구 내 이물 삽입 △안구 파열 △외상으로 인한 각막·공막 찢어짐 △각막 천공을 제외하고는 정규 시간 외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안과 응급 수술은 특히 매년 추석 연휴 때면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응급환자가 속출하는데, 전공의 없이 처음 맞이하는 이번 연휴 기간은 기존에 없던 안과 응급 진료 대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경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4시간 안과 응급 수술할 곳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공의가 사라진 지난 2월 이후 번아웃으로 사직하는 안과 교수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안과 전문의 A씨는 "전문성이 강한 안과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무리 응급실에 상주해 있어도 눈에 함부로 손대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번아웃이 온 안과 전문의들이 더는 야간에 일할 수 없어 야간 안과 응급 진료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기존 기관들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3일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본지 취재 내용에 대해 "안과 응급수술이 가능한 응급의료센터가 집단행동 이전 75개 기관에서 최근 58개 기관으로 줄었다"며 "빅5에서는 진료가 제공되고 있지는 않지만 58개 기관(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안과 응급수술은 할 수 있다. 이런 기관들의 진료 역량들을 잘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4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긴 대형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파견한다.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환자 위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 병원 3개 의료기관이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고 있으며, 이대목동병원은 매주 수요일 야간진료를 제한 운영하지만 추석연휴는 정상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해당 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3일 0시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현황을 알리는 종합상황판 화면. 정규 시간 외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종합상황판 3일 0시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현황을 알리는 종합상황판 화면. 정규 시간 외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종합상황판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오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하루 동안 16세 이상 심정지 등 초중증 환자만 받겠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아주대병원에도 공보의를 파견할 계획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아주대병원의 경우 10억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해 인력 채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질환에 더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정통령 정책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협력병원과 발열클리닉도 운영한다. 협력기관의 수가를 인상하고 발열클리닉에는 공휴일·야간진료에 1개월 동안 가산수가를 지급한다.

박 차관은 "정부는 응급을 포함한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감 있게 의료개혁을 추진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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