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관·시장상 내건 수상한 문신단체…미성년자 범법도 부추겨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9.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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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신사중앙회가 6일 전 공개한 행사 알림 포스터. 오른쪽 하단에 각종 정부 부처의 시상 내역이 나열돼 있다. /사진=임보란 회장 SNS 갈무리대한문신사중앙회가 6일 전 공개한 행사 알림 포스터. 오른쪽 하단에 각종 정부 부처의 시상 내역이 나열돼 있다. /사진=임보란 회장 SNS 갈무리


우리나라에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다. 그런데 한 문신 단체가 장관상과 시장상 등 각종 정부 포상을 내걸며 문신시술대회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인당 참가비 최고 24만원씩 걷고 있는 이 단체는 바로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로, 지난해 머니투데이는 이 단체가 조루증 남성의 사정 지연용 마취크림을 임의로 배합해 문신 시술 부위에 사용할 것을 회원들에게 권하는 영상을 배포하는 현장을 적발한 바 있다. (※2023년 9월 21일 보도: [단독] '문신' 마취용 둔갑한 男 사정 지연크림…"다른 부위 절대 안 돼")

3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오는 11월30일 '제1회 PTS문화예술대전'을 개최한다며 대외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단체가 언급한 'PTS'는 반영구화장(PMU)과 타투(Tattoo), 두피타투(SMP)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이들 세 가지 모두 의료법상 비의료인이 시행하면 '불법'으로 규정된 영역이다.



그러나 7일 전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은 자신의 SNS에 이 대회 홍보 포스터를 내걸며 "정부와 국회, 국내 유명 단체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 열리는 대회는 PTS문화예술대전이 처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상 내역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상 △국회의원상 △서울시장상 △서울시부시장상 등 정부 부처 기관장상을 나열했다. 사실이라면 비의료인의 불법 시술 대회를 정부와 국회가 장려하는 셈이다. 과연 사실일까.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발언자) 회장과 회원들이  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무죄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4.05.09. jungk@newsis.com /사진=김정화[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발언자) 회장과 회원들이 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무죄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4.05.09. [email protected] /사진=김정화


국회·서울시·산자부 모두 "협의 없었는데, 당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위원장실에 문의한 결과 "위원장상에 대해 중앙회 측에서 요청은 왔지만 검토 중이다. 문신 합법화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재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 가부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며 "협의되지 않았는데도 대회 포스터에 위원장상이 시상 내역에 명시된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장상과 서울시부시장상도 협의되지 않은 걸까. 서울시 대변인실에 문의하자 "이 단체에서 별도 문의가 온 게 없었고 그 행사에 서울시장상이 나간다는 건 서울시 그 누구와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대외적으로 '서울시장상'은 나가도 '서울시부시장상'은 한 번도 나간 적 없다"며 의아해했다. 이 중앙회는 7일 전 올린 포스터에서 '서울시부시장상'을 준다고 했다가, 이틀 후 시상 내역에서 뺐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도 상황이 비슷했다. 산자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 관계자는 "장관상·표창장 등은 연초에 운영지원과에서 협의해 대상 기관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데, 대한문신사중앙회에서 언급한 산자부 장관상은 사전에 우리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이번 대회에 산자부 장관상이 나갈 예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임보란 회장 측으로부터 장관상 관련해 요청이 왔고, 장관상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는데도 왜 홍보물에 산자부 장관상을 준다고 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시상한다는 정부기관명을 협의 없이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선 일반인뿐 아니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경합을 치른다. 실제 진행할 경우 미성년자에게 불법 문신 시술 행위를 권장하고 범법자 양성을 독려하는 셈이다. 미성년자가 이 대회에서 3개 과목(반영구화장·타투·두피문신)에 응시할 경우 참가비 16만8000원(일반 성인은 24만원)을 내야 한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11월 개최하는 이번 행사에서 미성년자의 참가 신청도 받고 있다. 세 과목에 응시할 경우 참가비 16만8000원을 내야 한다. /사진=임보란 회장 SNS 대한문신사중앙회는 11월 개최하는 이번 행사에서 미성년자의 참가 신청도 받고 있다. 세 과목에 응시할 경우 참가비 16만8000원을 내야 한다. /사진=임보란 회장 SNS
사단법인 등록부터 청와대 로고 사용까지 '의혹 투성이'
수상한 점은 또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인데도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산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것이다. 반영구화장·타투 관련 단체 중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하다. 다름 아닌 산자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에서 2019년 7월 비영리법인(사단법인)으로 인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문신 '시술'을 포함하지 않는 조건으로 '디자인(도안)'에 한해 민간자격을 인정하기 위해 사단법인 등록을 허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시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5월 민간자격자문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시술 여부와 상관없이 보건복지부에서 문신 관련 사단법인 등록·운영 등을 맡는 게 맞다고 판단 내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산자부 관계자는 "문신이 산자부 업무와 관련이 없는데 어떻게 산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문신사중앙회 사이트 하단엔 △청와대 △대한민국 국회 △헌법재판소 △산업통상자원부 △대한민국 법원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세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각종 정부 기관의 로고가 '롤링'(돌아가며 보일 수 있게 하는 시스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의 명칭 후원, 상장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이 단체가 우리 부의 로고를 무단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의 경우 사이트나 보도자료 등 홍보물에 로고를 무단 사용하는 경우 캡처해서 해당 사무국에 연락을 취하고 공문을 보내 시정 조처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 처분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자체 사이트 하단에서 청와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각종 정부 부처의 로고를 롤링하고 있다. /사진=대한문신사중앙회 사이트 화면 갈무리대한문신사중앙회는 자체 사이트 하단에서 청와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각종 정부 부처의 로고를 롤링하고 있다. /사진=대한문신사중앙회 사이트 화면 갈무리
기관장상 명의 사용 건과 미성년자 응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중앙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임보란 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문자 회신이 온 후 연락이 끊겼다. 기자가 추가 연락하자 임 회장은 문자메시지로 용건을 말해달라 했고, 곧바로 기자가 보낸 질의서를 확인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선 1600만명이 반영구화장을 비롯해 타투 시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은 암암리에 비의료인에게서 불법 시술을 받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들의 시술을 합법화해달라며 법안이 10여개 올라왔지만 폐기됐다. 결국 국내에서 의료인이 아닌 신분으로 시술하는 건 아직 모두 '불법'이다. 이 중앙회는 이번 대회와 관련, 3일부터 심사위원을 모집하고, 이달 5·9·20·25일 이번 대회의 사전설명회를 네 차례 진행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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