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재단 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 폭력을 멈출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이 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총 8590명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이 6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피해학생 10명 중 4명이 자살·자해 충동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024.7.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사건을 조사한 휘문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이 의원에게 학급 교체와 △출석정지 10일 △서면사과 △사회봉사 40시간 △특별교육 15시간 이수 등 중징계를 의결했다. 6년 전 사건이지만 A씨 측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측은 "학폭 사실을 인정해 강제전학 바로 아래 단계 징계를 받았음에도 학생회장 출신인 이 의원은 학교 추천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구의원 공천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서 부모 직업·이름,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조롱의 소재로 자주 삼아왔고 A씨 아버지에 대한 문제 발언도 우발적인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의원의 징계가 허위사실에 근거했고 A씨 아버지가 검사 신분을 내세워 학교 측을 압박한 탓에 반박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진실은 당사자들만 말곤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쉬움을 남기는 건 공천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다. A씨 측은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 의원의 공천 사실을 알고 민주당 서울시당에 공천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학폭으로 인한 징계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천 배제기준이 아니다"며 A씨 측의 민원을 물리쳤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학교 폭력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으면 공천 탈락시키는 규정은 지방선거 이후에 만들어졌다.
당사자 사이의 객관적인 사실관계 파악 등 진실 규명 노력 없이 당시 공천 규정만 내세워 사안을 마무리한 것이다. 학폭이 국민정서상 얼마나 휘발성이 큰 이슈인지 모를리 없을텐데도 너무 쉽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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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시 지방선거 이후 윤석열정부 공직자 인선과 관련, 자녀 학폭 문제에 대해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 의원과 A씨 사건은 공직 후보가 자녀에서 본인으로 바뀌었다는 점, 검증 대상이 야권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빼면 민주당이 공세를 편 사건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공천 이후 만든 규정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인생 궤적이 곧 경쟁력인 정치판에서 "지난간 일이니 묻지 말라"는 태도에 유권자가 얼마나 지지를 보낼까. 늦었지만 당 차원의 성의있는 조사와 처분을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당사자의 사과도 함께라면 금상첨화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