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 본사/AFPBBNews=뉴스1
공장 폐쇄와 함께 감원도 진행될 예정이라 노조의 반발도 불가피해 보인다. 독일에서 약 3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폭스바겐은 2029년까지 일자리 유지를 약속한 고용보장협약도 종료할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독일 언론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약 2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치열한 저항"을 다짐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폭스바겐 임원들이 노조 갈등으로 잇달아 물러났다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면 블루메 CEO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그룹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폭스바겐 브랜드 마진율 변화/사진=폭스바겐, 블룸버그
유럽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유럽 회사들이 현지서 운영 중인 공장 중 30여곳은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가 유럽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 둔화와 값싼 중국 전기차 공세가 맞물리며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지난 7월, 전기차 수요가 생각보다 약하다면서 독일 내 전기차 생산 증가율이 당초 예상(20%)보다 작은 5%일 것이라고 수정 예측한 바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폭스바겐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고, 해외로 나가면서 유럽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지출 효율화를 시도하며 2026년까지 비용을 100억유로(약 14조8000억원) 절감해 마진율을 6.5%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상반기 마진율은 2.3%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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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핀란드 통신회사 노키아는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지만 아이폰 등장 후 스마트폰 전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몰락했다.
후카오 미쓰시로 이토추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키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중국에 고객과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폰 등장으로 노키아가 쇠퇴한 것과 같은 흐름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 역시 폭스바겐 사례를 남의 나라 일로 볼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