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온몸에 멍든 채 숨진 딸…법정 온 엄마는 "처벌 안 원해"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9.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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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가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가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회에서 신도와 합창단장으로부터 학대당해 숨진 여고생 어머니가 법원에서 가해자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3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아동학대 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합창단장 A(52·여)씨, 신도 B(54·여)씨, C(41·여)씨 등에 대한 3차 공판이 진행됐다.

법정에는 A씨 등 학대로 숨진 피해 여고생 친모 D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D씨는 자신의 딸 E양을 교회 내 합창단 숙소로 보내 사망할 때까지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검찰은 경찰에 가장 먼저 붙잡힌 신도 B씨와 해당 교회 소속 목사와 문자메시지를 보여준 뒤 해당 내용이 오고 간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를 D씨에게 물었다. D씨는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D씨는 숨진 E양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낸 이유에 대해 "딸이 정신적인 이유로 발작해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다녀왔고, 정신병원을 알아봤으나 입원이 힘들었다"며 "그때 교회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D씨는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주체가 합창단장 A씨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몇번이고 번복했다. 검찰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딸의 사망 당시 의사에게 '병사'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D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이 "의사가 '병사'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는데요"라고 재차 묻자 D씨는 "아닙니다"라고 했다.

이날 변호인 측이 "수사단계부터 A씨 등 3명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인 게 맞느냐"고 묻자 D씨는 "네"라고 답했다.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D씨 딸인 여고생 E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E양은 온몸에 멍이 든 상태였고, 두 손목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E 양을 부검한 후 "사인은 폐색전증이고 학대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E양은 대전 소재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지난 3월 2일부터 '미인정 결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학교는 E 양이 숨진 교회의 목사가 설립자인 종교단체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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