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필라델피 회랑 통제해야"…가자지구 병력 주둔 재확인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4.09.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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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AFPBBNews=뉴스1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필라델피 회랑에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회랑을 필요로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영구적으로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 최남단 이집트 국경을 따라 위치한 좁고 긴 지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이 이 회랑을 통해 무기를 들여오고 있어 지속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한다.



지난달 31일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6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스라엘에서는 즉각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되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군 주둔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해야 인질들이 가자지구에서 납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인질 사망은 필라델피 회랑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하마스의 탓"이라고 했다. 이어 "살인자들이 우리 인질 6명의 머리 뒤쪽을 쏴 처형했다"며 "하마스가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숨진 인질의 유족에게 "그들을 살아서 데려오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인질 석방에 나보다 더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며 "누구도 내게 설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실망을 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부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내각회의에서 "인질들이 시신으로 돌아오는 건 도덕적 수치"라고 네타냐후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필라델피 회랑에 군대를 유지하자는 이전 결정을 철회하고 더 많은 인질을 귀국시키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고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신뢰가 있는 한" 계속 협력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 신뢰는 무엇보다도 한 가지를 요구한다"며 "모든 장관이 예외 없이 정부와 내각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한 차례 갈란트드 장관을 해고했지만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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