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 멈춘 대신 예금금리 내린다...커져가는 예대마진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9.0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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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연달아 내리고 있다. 치솟던 대출금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불호령'에 인상 행렬을 멈추면서 은행권 예대마진(예금금리-대출금리)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P) 인하했다. '하나의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는 24개월 이상 연 2.70%에서 2.60%, 36개월 이상은 2.80%에서 2.70%로 조정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부터 3번에 걸쳐 '하나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기본금리를 0.05%P씩 총 0.15%P 인하한 바 있다. 이번에는 2·3년 만기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한 조치"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31일부터 주요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P 인하했다. 코드K자유적금 기본금리는 가입 기간(1개월∼3년)에 따라 3.30%∼4.10%에서 3.20%∼3.90%로 내렸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달 2일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P 내렸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지난달 5일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2%P, 0.35%P 인하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만 인하하면서 예대마진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5년 고정형 상품 금리는 연 3.68~6.08%에 형성됐다. 한 달 전(3.03~5.71%)에 견줘 상하단이 각각 0.37%P, 0.65%P 급등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자 은행권이 잇따라 가산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담대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전월말보다 8조9115억원 증가했다. 이에 은행권은 금리 인상이 아닌 다주택자의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고 한도를 줄이는 등 비금리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 조절에 나섰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대출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한동안 인위적인 대출금리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예대마진 확대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늘리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낮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의도와 달리 예금금리가 내려가고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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