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응급실 붕괴 진행…57곳 대학병원 중 46곳 영유아 내시경 불가"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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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의대 교수들이 "응급실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에게 의대정원 증원 철회를 포함한 '결단'을 촉구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일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응급실은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전의비에 따르면 이날 전국 57곳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이 14곳, 흉부대동맥 수술과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불가능한 곳은 각각 16곳, 24곳이다. 특히,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응급실은 46곳에 달한다.



또 건국대 충주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단국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강원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8곳은 응급실을 일부 닫았거나 닫으려는 계획이 있다고 전의비는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응급실 붕괴가 닥쳤는데도 정부의 상황인식이 안일하다며 날을 세웠다. 특히, 지난 29일 대국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문제가 없다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는 원래부터 그랬다 △추석 연휴 응급실 고비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라 언급한 데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전의비는 "의료현장에 최근 5개월간 한 번도 가지 않았으면서 기자에게 의료현장에 가보라 말한다"며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나 응급실을 닫는 대학병원이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이냐"고 반박했다.

교육부와 복지부, 경찰 등 정부 부처도 "이주호 장관은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며 의사들을 굴복시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번아웃으로 응급실 진료 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료 제한에 나설 경우 자격 취소 또는 면허정지로 대응하겠다고 한다"며 "전공의 대표들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전의비는 "정치권은 의료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한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의료 붕괴를 가져온 책임자를 처벌하고 의대정원 증원을 중단하는 것이 사태를 진정시킬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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