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하긴 했는데…"보험 사기" 설계사 등록까지 취소된 이유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09.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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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허위 영수증으로 보험회사에서 골프 홀인원 비용을 타 낸 보험설계사의 행위는 '보험 사기'이므로 설계사 등록 취소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보험설계사였던 A씨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보험설계사 등록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1년과 2014년 골프 경기 중 홀인원을 하면 1개월 이내에 소요된 증정용 기념품 구입 비용, 축하 만찬 비용, 축하 라운드 비용 등 '홀인원 비용'을 총 500만 원 한도로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실제 A씨는 2014년 11월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다. 다음 날 그는 한 골프용품점에서 500만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곧바로 결제를 취소했다. 결제가 취소된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A씨는 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일로 A씨는 2019년 사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454만 3000원을 반환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실제 홀인원을 한 점, 관련 비용을 실제 지출한 점 등을 참작해 A씨에 대해 기소유예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씨가 보험 사기 행위를 했다고 본 금융위는 A씨의 보험설계사 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개별 건별로 영수증을 첨부해 제출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져 취소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라며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설령 보험 사기 행위로 인정되더라도 계획적 행위가 아니고 보험사의 피해가 회복됐다"는 등의 이유로 금융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A 씨가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한 직후 홀인원 관련 비용을 지출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보험 회사를 속이는 행위"라며 "그 자체로 이미 사회 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처분이 재량권을 넘었다고 보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보험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의 행위로 나아간 것은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보험업에 종사하며 알게 된 실손 보험제도의 취약성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보험 사기를 저지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A씨가 피해금을 일부 변제한 데 대해서도 "보험 사기 행위가 수사기관에 적발돼 수사가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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