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문턱 높아지자…"여기가 금리 더 낮았네" 몰려간 곳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황예림 기자, 김도엽 기자, 권화순 기자, 이병권 기자 2024.09.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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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9월, 달라지는 대출규제(下)

편집자주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성 발언에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집을 담보로는 지방보다 1억원 가까이 대출이 덜 나온다. 9월부터 지역별, 대출자별 달라진 대출 규제를 알아본다.

'은행보다 금리 낮고 한도도 더 나온다'…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
업권별 주택담보대출 잔액/그래픽=이지혜업권별 주택담보대출 잔액/그래픽=이지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은행보다 대출 한도 경쟁력이 있는 보험사의 문을 두들길 수밖에 없다. 2금융권도 금리 인상과 한도 제한 등 규제에 나서겠지만 그때까지는 시차가 있다. 반면 일부 회사는 위험 부담이 없는 대출상품인 주담대를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 주담대 신청 및 문의 건수가 이전보다 증가했다. 은행의 심사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고 실행에도 시간이 걸리면서 2금융권으로 발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는 대출만기, 대출한도 등이 은행보다 경쟁력 있다. 최근에는 은행이 금리를 높이면서 금리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삼성생명의 주담대 금리는 최저 3.08%에서 최고 7.11%로 같은 날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3.65~6.05%, 5년 주기)보다 최저 금리가 더 낮다. 상호금융권에서도 금리가 낮은 경우가 발견된다. 지난달 20일 기준 전국 신협의 주담대 금리는 최저 3.5%다.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하면 대출 만기도 보험사가 더 길다. 국민은행이 수도권의 주담대 만기를 종전 최대 5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줄였지만 삼성생명의 대출 만기는 최장 40년까지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낮아진다.



업권별 전월대비 가계대출 증감액 추이/그래픽=이지혜업권별 전월대비 가계대출 증감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보험사와 은행 간 대출 한도 차이도 더 벌어지고 있다. 보험사 등 2금융권은 총부채원리금사환비율(DSR)이 50% 적용된다. 은행(40%)보다 대출 한도가 더 많다. 여기에 9월부터 은행들이 수도권 주택에 가산금리 1.2%포인트를 적용하는 강화된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는 반면 보험업권은 가산금리 0.75%포인트만 반영한다. 원래 보험의 대출 한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더 죄고 스트레스 DSR 2단계마저 시행하면서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사의 주담대 한도는 억 단위 차이가 날 수 있다.

풍선효과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보험사도 있지만 아직 일부에 불과하고 2금융권마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2금융권 업황이 좋지 않은데 일부 회사는 이번 기회에 주담대 대출 잔액이 늘어 실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21년 가계부채 급증기에도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높아진 대출 문턱…실수요자는 '은행 대출→정책 대출'·고정형이 유리
은행 신용대출과 디딤돌 대출 순서에 따른 한도 차이/그래픽=윤선정은행 신용대출과 디딤돌 대출 순서에 따른 한도 차이/그래픽=윤선정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면서 실수요자들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적극 활용하면 대출 절벽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은행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고 난 다음에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한도면에서 유리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는 DSR 37~40% 차주에 한해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주담대의 6.5%로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최근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실수요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으로 DSR을 최대치로 받는 고객들이 상당수"라며 "실수요자들의 DSR을 산출하더라도 상당수가 40% 가까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실수요자라면 조건에 맞는 정책성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디딤돌(주담대)·버팀목(전세대) 상품은 현재까지는 DSR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DSR이 적용되는 은행 신용대출을 먼저 받은 뒤에 정책 대출을 받으면 한도를 최대로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책 대출을 먼저 받은 뒤에 신용대출을 받으면 정책 대출이 신용대출 한도 산정 시에 DSR에 계산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5000만원인 A씨가 수도권에서 3억5000만원 시세의 주택을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A씨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금리 5%(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시 0.75%P 가산)로 받으면 DSR 40%를 채우면 7700만원까지 한도가 나온다. 이어 디딤돌 일반구입자금 대출을 실행하면 DSR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 3.6%로 대출기간 30년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에만 맞춰 최대 2억4500만원까지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A씨가 같은 조건의 디딤돌 대출을 2억4500만원을 먼저 받고 은행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신용대출 DSR 계산시 2억4500만원의 원리금이 더해진다. 따라서 신용대출 한도가 77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책 대출을 받지 못하는 차주라면 고정금리형 상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100% 적용되고, 혼합형(5년고정)은 60%, 5년 주기형은 30%, 10년 주기형은 20%만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 상환조건으로 은행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혼합형(5년 고정)은 6억4200만원까지 대출이 된다. 같은 차주가 변동형 상품을 신청하면 한도(6억3000만원)는 1200만원 가량 줄어든다. 10년 주기형 상품은 6억52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연간 가계대출 계획 대비 한도가 여유있는 은행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지난 8월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연간 계획까지 여유가 있는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했다.

실제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다주택자의 주담대 금지, 수도권 주담대 최대 만기 축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줄였다. 반면 농협은행은 지난 6월말 MCI(모기지보험) 발급 중단이 유일하다.

아울러 쓰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이 있다면 정리하는 편이 낫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전체가 갚아야 할 신용대출로 간주돼 DSR 산정 시 한도의 5분의1이 연 상환 금액으로 잡힌다. 또 맞벌이 부부라면 소득을 합산하는 게 유리하다.



수도권 집값 밀어내기 '주범' 따로있다…주담대 80%는 정책성대출
1월~7월 정책성 대출 총 25조5000억원 증가/그래픽=김지영1월~7월 정책성 대출 총 25조5000억원 증가/그래픽=김지영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연일 시중은행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정책성 대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32조1000억원 중 정책성 대출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80%(25조5000억원)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딤돌대출 금리는 은행 주담대 대비 2%P(포인트) 낮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빠져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추가적인 규제가 예고된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월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의 79.4%는 정부가 공급하는 디딤돌대출(신생아 특례대출 포함)과 버팀목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은행을 통해 나간 주담대는 총 32조1000억원이었다. 이 중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25조5000억원에 달했다. 월별로 꾸준히 3~4조원씩 잔액이 늘었다.

은행들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디딤돌대출을 취급해 왔으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재원이 바닥났다. 지난 3월 이후부터는 은행 자체 재원으로 정책성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 역마진을 보지 않도록 '이차보존'만 해준다.



공급대책과 DSR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를 '정조준'했으나 목표달성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주도한 건 규제 대상에 제외된 정책성 대출이어서다.

디딤돌대출 조건/그래픽=윤선정디딤돌대출 조건/그래픽=윤선정
디딤돌 대출의 인기가 폭발적인 이유는 금리가 시중은행 대비 1~2%포인트 낮아서다. 정부가 디딤돌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음에도 적용 금리가 2.65~3.95%로 여전히 싼 편이다. 같은 정책성대출인데도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3.95~4.25%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인기가 없다. 심지어 매월 1조~2조원씩 잔액이 줄고 있다.

똑같은 정책성 대출인데 보금자리론과 대딤돌대출 상황이 상반된 이유가 있다. 보금자리론은 금융위원회가, 디딤돌대출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를 우선시 하면서 디딤돌대출 공급 목표를 연초부터 5조~15조원으로 탄력적으로 잡았으나 주택 공급이 우선인 국토부는 디딤돌과 버티목대출 공급액 목표치를 55조원으로 높게 잡았다.



이로 인해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택 매수자들이 디딤돌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디딤돌대출은 시세 5억원(신혼부부·2자녀는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받을 수 있고, DSR 규제도 받지 않는다. '수도권·서울 외곽→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로 이어지는 '주택 갈아타기' 수요의 첫 단추로 디딤돌대출이 유용하게 게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책금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밝혀 디딤돌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트레스 금리 2탄' 준비 마쳤지만…"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그만"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정책 변경에 은행들이 혼란을 겪었다. 전산 시스템을 기간 내 재구축하고 고객에게 다시 금리를 안내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도 소요됐다.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영업점에서는 대출 희망 고객의 문의와 민원도 부쩍 늘었다. /사진=뉴시스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정책 변경에 은행들이 혼란을 겪었다. 전산 시스템을 기간 내 재구축하고 고객에게 다시 금리를 안내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도 소요됐다.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영업점에서는 대출 희망 고객의 문의와 민원도 부쩍 늘었다. /사진=뉴시스
"스트레스 금리 수도권 차등 적용이요? 발표 당일에 알았어요. 준비 다 해놨는데 다 당혹스러웠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은행들이 혼란을 겪었다. 전산 시스템을 기간 내 재구축하고 고객에게 다시 금리를 안내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도 소요됐다.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영업점에서는 대출 희망 고객의 문의와 민원도 부쩍 늘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전산 시스템을 수정하고 바뀐 스트레스 금리와 관련해 행원 교육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금리 2단계를 수도권과 지방에 차등 적용하기로 하면서 지역마다 대출 한도가 변경되면서다.

스트레스 금리는 DSR을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권 주담대에 0.38%포인트(P) 1단계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고 2단계는 7월부터 0.75%P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9월로 연기했다.



하지만 9월 시행을 열흘가량 앞둔 지난달 2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해 수도권 주담대만 스트레스 금리를 기존 0.75%P에서 1.20%P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시행을 앞두고 두 차례나 변경된 정책에 은행권의 준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형은행들과 인터넷은행들의 여신 담당 부서 대부분이 수도권 차등 스트레스 금리 2단계가 처음 발표된 당일에야 소식을 접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 담당 부서에서도 발표날이었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들의 간담회인 지난달 20일 처음 들은 것으로 안다"며 "사전에 예상할 만한 신호도 없어 부서에서도 부랴부랴 대응하고 영업점에 공지하느라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신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전산 담당 부서와 영업점 일선에서도 준비에 골머리를 앓았다. 9월에 맞춰 기존에 알던 스트레스 금리대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위해 대출 전산 작업과 행원 교육·고객 상담을 마친 상황이었는데 급하게 수정해야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IT 기술이 좋아져서 전산 수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라며 "오류가 없어지려면 충분한 모의 대출 데이터가 필요한데 열흘이 넉넉하진 않다 보니 다른 업체에도 의뢰했다"고 했다.

특히 일선 영업점에서는 대출 관련 문의와 민원 폭증을 우려했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 적용 시점이 미뤄졌던 지난 6월 말 영업점에 문의가 쇄도했던 게 또 반복될 낌새가 보인다는 것이다. 전화 민원과 상담에 대응하느라 내점 고객 응대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DSR뿐만 아니라 은행마다 주담대 한도를 제한하거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등 대출을 조이면서 더욱 대출 민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행원은 "'타행보다 왜 한도가 더 낮냐', '수도권 2단계 시행 전에 무조건 대출 내달라'는 식의 민원이 많아졌다"며 "이미 상담을 마친 수도권 고객들은 대출 한도가 달라지면서 재상담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일선 행원들과 내집마련을 계획한 고객들 모두 곤란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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