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하이브리드 다 잘 팔린다...현대차가 유럽보다 '미국' 택한 이유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4.09.02 06:10
글자크기
현대차 EV 판매 목표/그래픽=김다나현대차 EV 판매 목표/그래픽=김다나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운 현대차 (237,000원 ▲5,000 +2.16%)가 북미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한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진 유럽보단 친환경 차량 성장세가 높은 북미가 '글로벌 EV Top' 사업자를 목표로 하는 현대차의 전략과 더 맞아떨어져서다.

1일 현대차IR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발표한 '2030년 전기차 목표 판매량' 200만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북미를 69만대로 전년 대비 4.5%가량 늘리고 유럽은 46만7000대로 8.4% 줄이는 등 비중을 조절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가 이미 대중화된 유럽보단 성장세가 높고 시장규모가 큰 미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게 전동화 전환에 더 효과적이서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만2491대로 전년 동기보다 32.1% 증가했다. 신장률에서 하이브리드(20.7%)를 뛰어넘으며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상반기 친환경차 실적을 9만466대까지 끌어올렸고 전체 판매량 내 비중도 반기 기준 역대 최고인 21%까지 높였다.

반면 유럽 내 현대차의 전기차 비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내 전기차 캐즘이 심화한 영향이다. 유럽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8월 21%로 고점을 찍은 뒤 1년 가까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 대표 전기차종인 아이오닉 5 역시 상반기 8157대를 팔며 전년 동기보다 36.9%가량 줄었다.



이에 현대차도 올해 전기차 목표치를 지난해보다도 적은 30만대로 설정하는 등 완급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2027년 역시 84만1000대로 지난해 발표한 2026년 목표(94만대)보다 낮게 책정했다.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캐즘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기대치를 낮춘 셈이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더 집중함으로써 2030년 목표로 설정했던 2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하반기 가동되면 북미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연간 최대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HMGMA에서 오는 10월 아이오닉 5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엔 아이오닉 9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올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 △주행거리연장차(EREV) 출시 등 전동화 전환의 교두보로 삼은 전략들도 북미를 중심으로 실행에 옮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계획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통해 2028년에는 133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기존 준중형·중형 차급 중심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대형·럭셔리 차급으로 확대해 차종을 현재 7개에서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제네시스의 경우 순수 전기차를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추가한다. 특히 북미의 경우 HMGMA에서 직접 하이브리드를 생산, 빠르게 공급할 예정이다.

EREV 역시 2026년 북미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 판매한다. 현대차 EREV는 2개 모터(발전·구동 통합모터1, 구동 모터1)만으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한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1회 충전으로 900km를 갈 수 있어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주행거리 문제도 해결했다. 북미 시장에선 특히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우선 투입해 연간 8만대 이상을 팔기로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