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다음 달부터 매주 48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서울 대형병원 중 처음이며, 지역 내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2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8.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1~25일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강화 △응급실의 진료 역량 향상 △후속 진료(배후진료), 전원 역량 강화 등 응급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중 이번 연휴에 '빈틈없는 진료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당직 병·의원 수를 평년(올해 설 연휴 3600개소)보다 많은 4000개소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쉽게 말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동네에서 1차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연휴 때 문 여는 병·의원을 늘리겠단 것이다.
지난달 26일 의협이 회원들에게 보낸 복지부발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 지정·운영 지침'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중 환자의 일차진료를 위해 응급의료기관 이외의 의료기관 중 최소한의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운영해야 한다. 문 여는 병·의원 지정권자는 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이다. 특별시·광역시는 20만명당 계열(진료과목)별 최소 1개소가, 도 지역은 10만명당 계열별 최소 1개소가 연휴 기간에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연휴에 문을 열겠다는 자원자가 없을 경우 어떻게 될까. 이 지침에선 "협의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의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할 수 없는 경우 '신청하지 않은' 의료기관 중에서 직접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한다"고 명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의협에게 보냈다는 공문 일부. 이번 추석 연휴,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할 수 없으면 신청하지 않은 기관 중에서 지정하며, 진료 불이행 시 불이익이 가해진다고 적혀 있다. /자료=의협 회원 제보
매년 추석 연휴 땐 응급실 내원 환자가 연중 가장 많고, 평소보다 4배 이상 는다. 동네 병·의원 대부분이 연휴 내내 문을 닫아, 꼭 중증·응급이 아니어도 장염·독감 등의 환자가 응급실 말고는 '갈 곳'이 없어서다. 양혁준(2016~2017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역임)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특히 이번 연휴 땐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이미 '번아웃' 된 전문의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휴 때 2~3일은 12시간씩 당직을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길병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한다. 여느 응급실보다 규모·인력을 갖춘 곳이지만,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 20명 중 19명이 사직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7명 중 2명이 최근 사직하면서 15명 중 3명씩 팀을 이뤄 12시간씩 당직을 선다. 양 교수는 "의정갈등 전엔 전문의 1명당 전공의 2~3명이 팀을 이뤄 당직을 섰고, 당시 하루 150~200명, 추석 연휴 땐 600~700명이 센터에 내원했다면 이제는 전공의 없이 전문의 홀로 당직을 서는 데다 당직 주기도 짧아졌다"며 "내원 환자는 예년과 비슷할 텐데 이미 번아웃된 교수(전문의)들이 그 많은 환자를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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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배후진료의 전문의들도 번아웃돼, 응급실 환자를 넘겨받지 않으려 한다는 게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전언이다.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배후 진료과에서 응급실의 콜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응급실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며 "연휴 때 응급환자가 몰려들어도 배후 진료과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중간에서 우리만 치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가 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전문의, 전공의 이탈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910명이었던 의사 수가 지난 21일 기준 513명으로 약 43% 줄었다.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