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막내딸이 구조되고서야 눈을 감았다" 11중 추돌사고 비극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4.08.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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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막내딸이 구조되고서야 눈을 감았다" 11중 추돌사고 비극


가족여행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세 남매 아빠의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서는 지난해 7월 28일 중부고속도로 11중 추돌 사고 당시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를 잃은 남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에 따르면 아내는 딸과 함께 지인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11중 추돌 사고 여파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어 서행하던 중 뒤따르던 차량에 들이받혔다.



당시 남편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였는데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지만, 아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딸은 간, 췌장, 폐 등 장기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고 자녀와 함께 탔던 지인도 중상을 입었다.

가해 운전자는 크루즈 컨트롤(주행 제어) 기능을 조작하다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로 인해 A씨 아내가 탄 차량 뒷좌석 내부의 폭은 고작 8㎝에 불과할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아내는 막내딸이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서야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와이프를 구조한 게 (사고) 1시간 20분 만이었다. 아기(막내딸)를 그때까지 안고 있었다고 하더라. 나중에 저희 아기한테 '엄마하고 있을 때 얘기 안 했어?' 그랬더니 눈만 뻐끔하고 뜨고 있었고 막내딸을 쳐다보고 있었다더라. 구급대원분 말로는 그때까지 살아있었다고 한다. 아기 먼저 꺼냈을 때 아기 엄마가 그때 죽었다고 얘기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가해 차주는 지난주 열린 첫 공판에서 죽은 망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가해자 변호사가 재판장한테 '망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낸 걸 생각해 달라.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며 "천도재를 지낼 때 개인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내에 대한 신상 정보를 모르는 가해자가 천도재를 지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자기변명이고, 참작해 달라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법정 앞에서 가해자를 봤지만, 고개 한번 까딱인 게 전부였다. 법정에 들어서서야 판사 앞에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라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A씨와 합의하기 위해 공탁금 5000만원을 걸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A씨는 수령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세 남매를 홀로 키워야 해서 경제적 사정도 안 좋고 고통스럽고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금고 1년 6개월을 구형했으며,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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