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개혁 실행방안, 의사 마음 움직일 정도 돼야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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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전공의 1만 2000여명이 집단 사직하자 '세계 최고'를 자신하던 우리나라 의료가 뿌리째 흔들렸다. 의사가 없어 외래 진료, 수술이 미뤄지고 병상 가동률은 한 때 50%까지 떨어졌다. 중증·응급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대학병원 상당수는 경영난을 이유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반년이 지났지만, 전공의 90%는 여전히 병원 밖에 있다. 지친 전문의(특히 필수 의료 분야)들은 병원을 떠나고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회송료 지원, 응급 진료 수가와 같은 '한시적' 지원으로는 환자의 걱정을 없앨 수도, 의료진의 아우성을 진정시키기도 한참 모자라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달 30일 1차로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전공의 수련 혁신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의 4대 실행방안이 나왔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2차·3차의 '의료개혁 로드맵'을 착실히 그려가야 한다.

지금의 의료대란은 대학병원이 값싼 전공의를 쓰며 '박리다매'식 진료를 본 게 주요 이유다. 하지만 병원이 전공의로 부족한 의사를 채우며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건 저수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들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쪽만 해결해서도, 너무 느긋하게 추진해서도 안 되는 게 바로 의료개혁이다.



어떤 20~30대 사회 세력도 전공의만큼의 파괴력을 갖진 못한다. 전공의에게 원하든, 원치 않았든 이런 '힘'을 부여한 것은 정부와 병원이다. 작은 병에도 큰 병원만을 고집하는 일부 환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의대 증원에 갈등이 치달았지만 의료개혁의 대상은 의사도, 전공의도 아니다. 노동집약적인 의료의 특성상 의사가 없다면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는 불가능하다. 의사들의 마음이 움직일 만큼 의료개혁의 '그림'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진정성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의료개혁 실행방안이 나올지 의료공백에 마음 졸이는 환자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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