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 지났지만, 전공의 90%는 여전히 병원 밖에 있다. 지친 전문의(특히 필수 의료 분야)들은 병원을 떠나고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회송료 지원, 응급 진료 수가와 같은 '한시적' 지원으로는 환자의 걱정을 없앨 수도, 의료진의 아우성을 진정시키기도 한참 모자라다.
지금의 의료대란은 대학병원이 값싼 전공의를 쓰며 '박리다매'식 진료를 본 게 주요 이유다. 하지만 병원이 전공의로 부족한 의사를 채우며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건 저수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들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쪽만 해결해서도, 너무 느긋하게 추진해서도 안 되는 게 바로 의료개혁이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의대 증원에 갈등이 치달았지만 의료개혁의 대상은 의사도, 전공의도 아니다. 노동집약적인 의료의 특성상 의사가 없다면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는 불가능하다. 의사들의 마음이 움직일 만큼 의료개혁의 '그림'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진정성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의료개혁 실행방안이 나올지 의료공백에 마음 졸이는 환자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