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급한 미래 모빌리티 공급업체 역량 강화

머니투데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2024.09.02 07:00
글자크기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미래차 부품 특별법'이 발효됐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아직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공급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는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1차 공급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3년 연속 늘었지만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이어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자 임금도 상승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다양성과 복잡성이 커져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의 상방 이동과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확대하는 추세다. 또 MZ 인력의 수도권 선호 성향이 강해지자 지방 공급업체의 연구소도 수도권으로 이동 중이다. 고령화도 짙어져 2011년~2021년까지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의 인력 구조에서 30대는 급감하고 50대는 늘어났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완성차업체의 투자 비중이 64%에 달한다. 부품업체들의 투자액은 세계 최대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중국 부품업체들의 세계 시장 진입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부품업체 중 미래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 비중이 14%를 넘어섰다고 자랑한다. 우리 부품업체 전체 수보다 많다. 미국과 EU가 중국 자동차산업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MTI 742) 수출액은 1월~7월 중 전년 동기 대비 0.8%가 감소했다. 완성차 (MTI 741) 수출이 2.0% 늘어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액은 31.1%가 증가했지만 부품 수출액은 1.6%가 줄었다. 일반적으로 우리 부품 수출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 생산에 영향을 받는 데 지난해 해외 생산은 전년 대비 2.9%가 확대됐고 금년 1~7월 중에도 1.2%가 늘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공급망 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중요한 전기동력차 내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1~7월 중 배터리 전기차 내수는 37.1% 줄었고 수소전기차 내수는 36.8% 쪼그라들었다. 세계 수요 증가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공급업체들의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고(高)성과 그늘에 가려 국내 공급업체는 냉가슴만 앓고 있는 셈이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부품인 전장부품 수입도 중국 비중이 60%에 달한다. 중국이 공급망 교란을 일으키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과거 일본의 수출 중단 사태와 유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다행히 금융권이 공급업체에 대한 고삐를 일부 풀어줘 숨통은 틔웠지만 공급업체의 자구책과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실을 반영한 핀셋 지원 정책으로 국내 공급업체의 구조고도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