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짜고짜 "너, 딥페이크 가해자지?"…엉뚱한 중학생에 전화 공격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2024.08.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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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빗나간 사적제재에 평범했던 가족 일상 송두리째…전화 뺏은 경찰관도 "아니라고" 했지만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에 특정 인물을 검증과 근거 없이 가해자로 지목한 모습. / 사진=텔레그램 캡처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에 특정 인물을 검증과 근거 없이 가해자로 지목한 모습. / 사진=텔레그램 캡처


"전화 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아니라고… 화도 내보고 경찰에 신고도 했다고 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아요."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이미지 합성 기술) 사적 제재방' 피해자 A양의 어머니 B씨는 30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가 학교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위해를 가할까 너무 무섭다"며 이같이 밝혔다.



A양과 가족의 평온했던 일상은 지난 26일부터 송두리째 무너졌다. 같은날 밤 갑자기 중학생 A양과 어머니 B씨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나 발신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 수십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협박·엄포에 사라진 일상…전화 뺏은 경찰관도 "아니라고" 했지만
전화를 건 이는 다짜고짜 A양 어머니에게 "딥페이크 가해자라고 해서 전화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애를 잘 키워라" "조심하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두려움과 마주한 A양과 어머니는 같은날 오후 10시쯤 충남 아산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익명의 공간에서 '생사람 잡기'는 끝나지 않았다.



B씨는 "지금도 수십통씩 전화가 걸려 온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경찰관이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아서 '이분은 가해자가 아니다. 전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해당 통화 내용도 텔레그램 방에 공유됐다더라"며 "참여자들 사이에선 '가해자 가족이 경찰인 척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했다.

A양은 현재 억울함과 공포에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낸다고 한다. 한밤중에 집안을 배회하는 등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학교에선 코피를 쏟기 일쑤다. A양이 하교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시비를 거는 이들도 생겼다. 학원도 그만둬야 했다.


마트·병원 가서도 '깜짝'…경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 접수, 수사 착수"

B씨의 삶도 무너졌다. B씨는 "마트에 가서 포인트를 적립할 때 번호를 말하기가 무섭다"며 "병원에서 'OOO씨 들어오세요'라며 이름이 불릴 때도 누군가 보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탈모 현상까지 경험하고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정말 친한 지인들도 '걱정되니 나오지 말라'고 한다"며 "길거리에서 정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는 (연루되지 않았으니) 제발 그만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처럼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경찰도 딥페이크 사적 제재의 위험성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딥페이크 성범죄 대상이 일반인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가해자 정보방'까지 개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꾼들이 사적 제재에 나선 것인데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성범죄 피해자 외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가해자 정보방의 인원은 지난 28일 기준 300여명보다 2배가량 늘어난 600여명이었다. 텔레그램 방에는 계속해서 가해자라고 주장되는 사람들의 정보가 올라오고 있었다/사진=오석진 기자30일 가해자 정보방의 인원은 지난 28일 기준 300여명보다 2배가량 늘어난 600여명이었다. 텔레그램 방에는 계속해서 가해자라고 주장되는 사람들의 정보가 올라오고 있었다/사진=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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