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패소한 불법 공매도 제재, 아쉬웠던 공매도 전산미비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4.08.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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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불법공매도 사례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과도하다며 외국계 운용사가 낸 소송에서 운용사의 손을 들어줬다. 고의성이 없으며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매도 주문금액 산정에도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배경이다. 고의성 여부는 향후 이어질 제재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사안이라 향후 불법 공매도 제재 판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법원, 케플러 측 '과실'에 무게…과징금 취소
/사진=금융위원회/사진=금융위원회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외국계 운용사 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케플러)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원고(케플러) 전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케플러의 행위에 불법 공매도 의도가 없었고, 과징금의 근거인 공매도 주문금액 산정에도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케플러의 행위가 고의성이 낮다는 점은 증선위에서도 언급됐다. 지난해 7월 제 13차 증선위에서 위원들은 케플러 측의 진술을 검토한 뒤 중과실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위원들은 케플러의 행위 동기를 '과실'로 판단했다. 제재 양정 기준 중 동기는 고의, 중과실, 과실로 구분되는데 가장 낮은 수준의 동기로 판단한 것이다. 과징금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서 수정의결한 대로 기존 15억2090만원에서 10억6300만원으로 감경했다.

케플러 사례는 통상 공매도 잔고 관리 부족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불법 공매도 사례와는 성격이 다른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에서 케플러 측도 주문의 당사자가 아닌 단순 중개인으로서 그간 문제된 공매도 건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담당 직원이 등록번호를 잘못 적은 과실 때문에 공매도가 일어났다고 보고, 공매도를 통해 케플러가 얻은 이익도 없다고 봤다.



금융위는 일단 공매도 주문금액 산정에 해석이 나뉘는 부분이 있다며 검토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제재 기조에도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해당 사례에 대한 법적 결론이 완전히 난 것이 아니고 불법 공매도 사례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 법원의 판단들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공매도 제재 불확실성…시스템 도입으로 막는다
 /사진=임종철 /사진=임종철
그러나 법원이 고의성에 대한 판단을 제재 적합성을 따지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삼은 만큼 향후 판례들에 따라 금융당국의 제재 판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불법 공매도 관련 글로벌 IB(투자은행) 중간 조사결과를 밝히면서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불법 공매도라기보다 잔고 관리 부족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IB 측의 인지 시점이나 인지 이후 대처로 고의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 불공정거래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책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불법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시스템)을 도입한 후에도 장기적인 불법 공매도가 발생한다면 이는 단순 과실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시스템이 불법 공매도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추기 때문에, 시스템 도입 후에도 장기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발된다면 이는 고의성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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