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라도 남는 게 없어요"…과일 덜 먹고 술·담배도 줄였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8.3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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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실질소득 증감률 추이/그래픽=이지혜가구 실질소득 증감률 추이/그래픽=이지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지난 1분기 실질소득이 0.8% 증가했다. 1개분기 만에 증가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높은 물가로 소득이 '제자리걸음' 하며 내수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9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3.5%를 기록했다.



물가를 반영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0.8%다. 전분기(-1.6%) 대비 증가전환 했지만 0%대 실질소득 증가율인 까닭에 올해 상반기 가구 벌이가 1년 전만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명목소득 증가에도 실질소득이 부진한 건 장기간 누적된 고물가 영향이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덮치면서 가계 소비여력을 제한했다.



팍팍한 지갑 사정은 가구 소비동향에서도 읽힌다. 지난 2분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1.8% 늘었다.

하지만 항목별로 보면 △기타상품·서비스(-4.4%) △주류·담배(-3.6%) △식료품·비주류음료(-0.9%) 등 실질소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金)사과' '금(金)배' 등 과일 물가 고공행진에 과실류 소비를 줄인 게 눈에 띈다. 2분기 과일 및 과일가공품 실질소비는 1년 전보다 16.2% 줄었다. 실제 지난달 기준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9.6% 올랐다. 같은 기간 배 가격은 154.6% 뛴 상태다.


아울러 지난 2분기 주류(-3.8%), 담배(-3.6%) 등의 실질소비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내수 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보다 0.4%p(포인트) 낮춰 잡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4%로 낮췄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p 낮춘 2.5%로 새로 제시했다. KDI는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지면서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내수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발표한 추석민생대책에서 올 하반기 전통시장에서 쓴 지출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2배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 5% 이상 늘었을 경우)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10%에서 20%로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상반기 전통시장 지출액 소득공제율 40%→80% 상향, 상반기 카드사용액 증가분 소득공제율 10%→20% 상향을 위한 법 개정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지출을 조이는 상황이라 '돈 풀기 없는 내수 부양'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 총지출증가율은 3.2%다. 정부가 내다보는 내년 경상성장률 4.5%에 한참 못 미친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분배가 지속 개선되고 민생현장의 어려움이 완화될 수 있도록 고용·약자복지 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물가안정 등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며 "경기회복 흐름이 민생에 미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7·8월 호우, 폭염 등에 따른 물가 불안 및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전방위적 정책 대응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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