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국민생명을 구하기 위한 대통령·국회 결단 촉구' 단식투쟁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2024.08.28. [email protected] /사진=홍효식
29일 전국적으로 예고된 병원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간호사가 전체 구성원의 60%가 넘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당초 29일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이들 노조가 소속된 전국 62개 병원 중 58곳에서 임금 등 협상이 타결되면서 전날 간호법의 본회의 통과 이후 또 한 번 승기를 잡은 셈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노조가 병원 측에 임금 6.4%를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장시간 협상 끝에 1%대 올리는 데 합의했다. 29일 이 대학병원 관계자 A씨는 "병원 재정난이 심해진 현 상황에서 임금 인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상 폭은 요구한 만큼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간호사들의 요구가 관철된 셈"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임금 협상 타결을 계기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는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병원 관계자 B씨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전공의의 업무까지 떠안았는데, 병원이 전공의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아낀 돈으로 간호사 등 의료 인력에 임금을 인상한 셈"이라며 "결국 병원 내 전공의가 다시 들어오기 힘든 구조로 체질이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사실상 철회한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파업 독려 현수막이 걸린 노조의 총파업 행사장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날부터 밤새 이어진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 쟁의조정을 신청한 62개 병원 사업장 가운데 59곳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했다. 2024.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이들은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PA 간호사로 채우면 앞으로 전공의 수련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전공의 수련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간호사를 의사로 둔갑시키는 발상으로 밖에 달리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두 차례 승기를 잡자, 의협의 동력은 크게 떨어졌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28일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일일 브리핑에서 "여야가 졸속으로 간호법안을 처리하면서 양당에 해결점을 기대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한숨지었다. 또 정부가 내년과 20206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그는 "의협은 의대 증원 후 의대의 교육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엄중히 평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의대증원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증원은 막지 못하되 증원 이후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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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28일 "'불법간호신고센터'를 마련했다"며 "국민들께서는 PA 간호사의 불법 진료 행위를 확인하면 신고해달라"고 대국민 호소했다. 하지만 간호법안이 제정에 탄력받는 상황에서 PA 간호사의 업무가 불법에서 합법의 영역으로 옮겨올 것이 확실시되자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온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C 교수는 "임현택의 말(정책)은 믿을 게 없다. 믿지 않아도 된다"고 쓴소리를 냈다.